덜 찬 쪽으로

by 연월랑

눈은 거의 녹아 있었다.

하굣길 골목 끝, 그늘이 오래 남는 쪽에만 얇게 붙어 있었고, 발로 밟으면 바로 꺼지는 정도라 물기가 먼저 묻고 그다음에야 차가움이 따라왔다.

대문 앞에서 가방을 내려놓자 안쪽에서 발소리가 먼저 났다. 바닥을 긁는 소리와 미끄러지는 발, 잠깐의 정적이 지나간 뒤 문이 밀리듯 열렸다.

강아지가 먼저 나왔다.

짖지 않고, 눈을 크게 뜬 채 멈춰 섰다. 서로를 확인하는 것처럼.

나는 장갑을 벗지 않은 채 손을 내밀었고, 강아지는 한 걸음 다가왔다가 멈추며 고개를 아주 조금 기울였다. 눈이 먼저 움직이고 몸이 나중에 따라오는 식이었다.

나는 손을 그대로 두었다.

잡을까 말까.

그 사이를 누구도 재촉하지 않았다.

강아지는 더 다가오지 않는 대신 발을 옮겨 내 발등 위에 올렸고, 발등에 닿은 무게보다 온기가 먼저 스몄다.

눈보다 따뜻했다.

나는 그 위에 손을 얹지 않았다. 그대로 두었다.

강아지도 발을 떼지 않았다.

바람이 골목 안쪽으로 한 번 지나가며 녹다 남은 눈을 얇게 흔들었고, 떨어지지 않는 것들이 오히려 더 오래 버티는 모양처럼 보였다.

강아지는 고개를 들었다.

이번에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나는 웃지 않은 채 손을 조금 더 가까이 가져갔다. 닿을 것처럼, 닿지 않게.

강아지는 그 거리를 그대로 두었다. 물러나지도, 더 오지도 않았다.

나는 가방을 다시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돌아보지 않았다.

문이 닫혔다.

손끝에 남아 있던 온기는 그보다 느리게 식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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