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늘 조금 앞에서 흔들렸다.
빛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얇았고,
잡히지 않는다고 포기하기엔 또 묘하게 따뜻한 결을 가진 흔들림이었다.
나는 한동안 그 흔들림을 붙잡아보겠다고
내 속도보다 빠른 걸음을 흉내 냈다.
달리지 않으면 사라지는 사람이 될 것 같아서,
멈추면 나만 뒤에 남는 것 같아서.
그러다 문득,
누구도 말하지 않았는데 모든 것이 조용히 꺼져버린 날이 왔다.
그날의 침묵은 공기가 식는 듯한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말끝이 떨어지고 난 뒤의 묵직한 공기,
내가 외면했던 마음들이 서로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작은 잿빛.
그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가 얼마나 조급한 사람이었는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침묵은 차갑지 않았다.
어깨 위에 손바닥을 올리듯 가볍게 눌러오며
내 안에 남겨둔 금 하나를 조용히 만져보는 느낌이었다.
부끄러웠고,
그런데 이상하게 숨은 오히려 조금 쉬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빛 비슷한 것이 다시 나타났다.
예전처럼 멀리 도망가지 않고
내가 멈추면 그 자리에서 같이 멈췄다.
가끔은 바람이 스치는 방향에 따라
아주 얇은 비늘처럼 반짝이며
내 옆에서 나보다 먼저 흔들릴 때도 있었다.
그때 알았다.
꿈을 가진 자의 기쁨은
누군가의 박수 속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대단한 목표를 향해 달릴 때도 아니다.
그 기쁨은
살아남은 마음이 아주 작게 떨릴 때,
마지막으로 남은 온기가 심장 아래서
한 번 더 뛰겠다고 결심할 때—
그 조용한 순간에서 자란다.
나는 이제 예전처럼 잘 달리지 못한다.
하루에 한 번은 멈추고 싶고,
어떤 날은 이유도 없이 마음이 기울어지기도 한다.
언젠가 다시 잃어버릴까 두려운 날도 있다.
그런데도
내 옆에 반짝이는 작은 결 하나가
여전히 나를 잃지 않은 듯 따라온다.
그래서 오늘도
내가 낼 수 있는 만큼의 속도로 걸어간다.
비늘처럼 흔들리고,
침묵처럼 나를 감싸고,
조용한 기쁨처럼 내 안에서 작게 빛나는
그 미세한 흔들림을 품고.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나는 아직도 꿈을 꾼다.
어떤 날들은 흔들리며,
어떤 날들은 버티며,
그리고 어떤 날들은 조금씩 더 나아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