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던 온도
끝났다는 말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무언가가
정확히 끝났다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 이상 함께하지 않았지만,
그 사실이
곧바로
이별의 모양을 띠지는 않았다.
시간은
앞으로 갔고,
하루는
하루의 일을 했다.
아침이 왔고,
저녁이 되었고,
그 사이에
우리는 각자의 일을
처리했다.
그런데도
어떤 순간에는
아직
누군가가
곁에 있는 것처럼
몸이 먼저 반응했다.
컵을 하나 더 꺼내려다
멈추거나,
문을 닫고 나서
잠깐
뒤를 돌아보는 일.
이미
필요 없는 동작들이었는데,
몸은
그 사실을
늦게 배웠다.
기억은
장면보다
온도로 남아 있었다.
말보다
숨의 높이,
표정보다
거리의 감각.
그래서
특정한 순간을 떠올리려 하면
잘 되지 않았다.
대신
어느 오후의 공기,
빛이
어디쯤 머물렀는지가
먼저 생각났다.
그 온도는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았다.
다만
익숙했다.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리움이라 부르기엔
조심스러웠고,
아무렇지 않다고 하기엔
분명히
남아 있었다.
나는
그 온도를
지우려 하지 않았다.
지운다고 해서
사라질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저
지나가게 두었다.
머무르지 않게,
그러나
쫓아내지도 않게.
아마도
그게
끝난 뒤에
할 수 있는
유일한 예의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