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花樣年華)

놓아둔 자리

by 연월랑

마지막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애매한 시간이었다.

완전히 끝난 것도,
다시 시작된 것도 아니었다.
다만
더 이상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만
분명해진 뒤였다.

우리는
서로의 소식을
묻지 않았다.
묻지 않는다는 선택이
냉정해서가 아니라,
각자의 시간을
침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끔
같은 노래가 흘러나오면
잠깐
멈췄다가,
그대로
지나갔다.
붙잡지 않아도
지워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었으니까.

어떤 기억은
정리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정리되지 않았다고 해서
미완성은 아니었다.
그저
더 손대지 않는 편이
나은 것들도 있었다.

나는
그 시간을
다시 불러내지 않았다.
그렇다고
닫아두지도 않았다.

필요할 때
조용히
열 수 있는
서랍처럼,
그 자리에
두었다.

아마도
그 시절은
나를
지나간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머물렀을 것이다.

지금의 내가
조금 덜 조급해진 이유,
무언가를
끝까지
설명하지 않아도
견딜 수 있게 된 이유.

그게
화양연화였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다만
놓아두었기에
아직
부서지지 않은
시간이
있다는 것만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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