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논 옆에 잠시 서 있다

by 연월랑

여름밤이면

나는 집에 들어가기 전

논 옆에 잠시 서 있곤 했다.


의도는 없었다.

그저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멈추는 자리였다.


낮의 열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공기 속에서

논은 서서히 어두워졌고,

그 어둠을 채우듯

소리들이 하나씩 올라왔다.


개구리,

벌레,

이름을 구분할 수 없는 울음들.


누가 시작했는지도 모르는데

어느새

합창이 되어 있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소리.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물러나지도 않는 리듬.


나는

그 소리 한가운데 서 있었다.


어릴 적 여름에도

이 소리는 있었다.

그때의 나는

곤충을 잡으러 들판을 누볐고,

해가 지면

손에 남은 것들을 내려다보곤 했다.


살려두지 못한 것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것들.


그땐

그저 여름이었고,

지금은

여름이었던 시간이 되었다.


논 옆에 서 있으면

그 차이가

선명해졌다.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잡지 않는다.

다만

지나가는 소리를

그대로 두고 듣는다.


붙잡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으니까.


합창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어떤 소리가 먼저 멈췄는지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충분했다는 감각만이

남았다.


나는

그제야

집 쪽으로 몸을 돌렸다.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 여름밤은

붙잡지 않았기에

아직도

조용히

내 안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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