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동 8층 25호 두 번째

간병인의 꿀잠

by 서연우

간병 이틀째의 풍경

​2025년 8월 21일 목요일. 간병 이틀째의 아침이 밝았다.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새벽 5시쯤 겨우 잠이 들었는데, 눈을 뜨니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오전 7시 호흡기 치료를 시작으로 병원의 시계가 긴박하게 돌아갔다. 7시 반,
아침식사로 흰 죽이 나왔다.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흰 죽을 남편은 절반도 비우지 못했다.

식사 후에는 덩치 좋은 선생님의 도움으로 엑스레이를 찍었고 풍선도 스무 번이나 불어냈다. 남편의 숨 하나하나가 회복의 불씨가 됐다.
​오전은 분주했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은 더디게만 흘렀다.


오전 11시, 작고 마른 체구에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교수님이 회진을 오셨다.

교수님은 오늘부터 휠체어도 타고 조금씩 걸어야 한다고 하셨다.

퉁명스러운 말투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따뜻한 정이 느껴졌다.

어제 상태로 보아 도저히 움직이지 못할 것 같아 걱정하는 내게, 교수님은 커튼 뒤에서 들릴 듯 말 듯 속삭이셨다.
"남편분이 엄살이 좀 있으신 거 같아요."
얄밉지 않은 핀잔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정말 그런 것 같아요"라고 맞장구를 쳤다.
그 짧은 농담이 얼어붙어 있던 내 마음을 녹여주었다.
​점심 식사 후, 조심스럽게 남편을 휠체어에 태우고 외상 병동을 한 바퀴 돌았다.

다행히 마약성 진통제가 제 역할을 하는지 어제보다는 통증이 덜해 보였다.

다만 며칠째 잠을 못 자서인지 남편의 머리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나 역시 격한 피로가 몰려왔다. 체감상으로는 벌써 오후 5시는 된 것 같은데, 시계는 겨우 2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잠시 쉬는 타임에 의자에 걸터앉았다가, 그대로 한 시간 동안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불편한 자세였지만 그야말로 '꿀잠'이었다. 잠시 눈을 붙였을 뿐인데 무겁던 머리가 한결 가벼워졌다.

환자는 한 시간이 지나도록 이 서툰 간병인을 깨우지 않고 가만히 지켜봐 주었다.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울컥 차올랐다.
​그사이 지인 동환이의 깜짝 방문이 있었다. 형의 모습을 보자마자 눈물을 글썽이는 그 여린 마음이 고마웠다.
밤 9시, 병실의 불이 꺼지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지친 몸을 꿈나라로 보냈다. 참으로 오랜만에 누려보는 평온한 단잠이었다.

꿀잠은 자세가 중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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