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김치
1화. 부추김치 편
몇 년 전, 팔공산 어느 동네 어귀에 화학비료 없이 몇 년 동안 지켜온 땅을 텃밭으로 분양한다는 지인의 정보 공유에 8평 남짓한 땅을 1년 동안 분양받았다. 잘 걷지도 못하는 20개월 아들을 데리고 지인들과 작은 텃밭을 일구었다. 비닐도 덥지 않고, 약을 뿌리지 않고도 자라나는 작물들이 너무 귀하고 아까워서 집에 가져오면 잘 먹지도 못했었다. 첫 시작은 원대했고, 수확도 꽤 좋았다. 간혹 우리가 씨를 뿌린 작물 보다 잡초가 더 무성해 잡초 뽑다가 정작 내 작물에는 소홀해지는 현상을 여러 번 경험했다. 텃밭에 물도 안 주고 잡초만 몇 시간 뽑다가 집에 간 일도 더러 있었으니 말이다.
부추는 유기농 텃밭에 키우기에 너무나 어렵고 까다로운 작물이었다. 초보 텃밭 관리자에겐 부추와 잡초의 경계를 쉽게 알아채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부추 주변과 부추 사이마다 비슷한 형태의 잡초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매번 텃밭을 올 때마다 부추밭을 보며 난색을 표했던 지인은 수확의 기쁨 보다 눈물 머금고 부추밭을 갈아엎어야 했다. 내 텃밭에 무성히 자라나는 바질과 엄청난 수확량을 감탄하며 부추 심지 않기를 다행으로 여긴 내 자신이 지금 마주하는 부추를 보며 살짝 부끄러워지는 건 왜일까?
한살림에서 산 유기농 부추를 마주할 때마다 과거 텃밭 생활의 한 일화가 오버랩되면서 부추 한 줄기마다 농부의 땀과 한이 고스란히 스며드는 것 같아 숙연해진다.
부추김치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