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맛 어때?”
2화 배추김치 편
김치를 떠올리면 박완서 작가의 ’나목‘이 생각난다. 전쟁통에 아들들을 잃고 부연 안갯속에 살고 있는 어머니가 살아남은 딸, 경아를 위해 차린 멀겋고 시큼한 김칫국이 박수근 화백을 잊을 만큼 애절하게 느껴졌다. 모녀가 마주한 초라한 밥상에도 김치는 당당하게 자신의 자리를 비집고 들어와 놓여있다. 난 그게 좋았다. 그 김치의 존재.
우리네 밥상에도 김치는 다소곳이 놓여있지만 다른 반찬에 소외되어 외톨이 신세가 되기 쉬운 반찬이기도 하다. 그래서 조금만 덜어서 깨끗이 비우고 빈접시를 바라봐야 김치에게(혹은 김치를 만든 나에게)덜 미안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재료를 고르고 만드는 과정의 정성과 번거로움은 먹는 이들에게 큰 생각과 헤아림으로 다가가지 않음에 서운함도 가끔 든다. 그래서 그런가 가족들과 식사할 때 묻는다.
“김치맛 어때?”
이렇게 또 여름 김치가 천천히 맛있게 잘 익어간다.
올해부터 김치류를 직접 담그기 시작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뒤 어느 정도 내 주관적 맛의 균형을 잡힐 때쯤 ‘김치부심’이라는 싹이 내 마음속에서 피어났다. 지치지 않게 잘 자라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