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묵묵히 잡곡밥을 짓는다.
5화 잡곡밥 편
“엄마, 나는 식당에서 먹는 흰쌀밥이 참 맛있더라.”
아들은 내가 지은 밥에 대한 아쉬움을 한 번씩 쏟아낸다. 하얗고, 맛스럽게 윤기가 나는 흰쌀밥에 대한 그리움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칠분 도미에 현미와 혼합곡을 넣어 밥을 짓는다. 꼭꼭 씹어야 그 참맛을 알 수 있는 잡곡밥. 나는 밥 한 숟갈과 반찬을 입 안에 넣어 충분한 저작운동을 하며 삼키기까지의 그 기다림을 좋아한다. 흰쌀밥은 입안에서 맴도는 순간이 짧아 못내 아쉽다. 모자지간에 서로 다른 아쉬움은 아들의 너른 양보 덕분에 나는 오늘도 묵묵히 잡곡밥을 지을 수 있었다.
부엌의 주도권은 나에게만 주어진 특권은 아닌 것이다. 가족 모두가 서로 한 발씩 물러나는 양보가 있어서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밥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