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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코 Aug 30. 2023

6화 감자전 편

작은 기쁨

6화 감자전 편


아들이 네다섯 살 무렵 감기로 입맛을 잃었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때마다 감자전을 해주면 그 작은 입으로 오물오물 받아먹으며 상실된 입맛이 돌아오곤 했었다. 감자를 강판에 갈아 채반에 받쳐 감자에 나오는 고유 전분을 얻어 물기 빠진 감자와 그 물에서 분리된 전분을 덧입혀 노릇노릇하게 구워줬다. 엄마 약손이 주방에서 실현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아홉 살이 된 아들은 어릴 적 먹었던 쫀득한 감자전 보다 얇게 채 썬 감자에 전분가루를 넣어 바삭하게 구워주는 걸 더 선호한다. 사실 후자 감자전은 손이 덜 가고 몇몇 조리 과정과 기다림을 생략할 수 있다는 묘한 해방감이 있다. 감자전 하나에 해방감까지 따질 문제가 싶지만 나는 부엌에서 그런 작은 기쁨을 누릴 때가 좋다.


도마 위에서 문득 감자를 보며 채를 썰까, 강판에 갈까를 잠시 고민하며 칼을 들지, 강판을 들지를 선택해야 되는 장애를 아들에게 넌지시 미룬다.


“채 썬 감자전 먹을래? 아님 강판에 간 감자전 먹을래?”

내가 묻자, 아들이 대답한다.

“엄마, 채 썬 감자전 먹을래. 바삭하게 구워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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