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는 아무리 먹어도 배가 안 찬다.”
7화 잔치국수 편
할머니는 소면을 좋아하셨다. 라면을 끓이실 때도 소면 한 줌을 넣어 두 그릇 같은 한 그릇을 즐기시기도 하셨다. 국수를 끓이실 때도 잔칫상을 차리고도 남을 양을 만드시곤 했다.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잔치국수는 이름에 걸맞은 양을 자랑했다.
“아이고, 야야. 국수는 아무리 먹어도 배가 안 찬다.”
“할매 뱃속에는 국수 거지 들었는갑다.”
어린 내가 놀리듯 말하면 할머니는 화통하게 웃으시면서 콧방울에 걸쳐진 커다란 안경을 위로 올리셨다. 그릇에 제법 수북이 담긴 국수는 가족들의 ‘후루룩 합창’이 들어가면서 어느새 훤한 속을 내보였다. 하나둘씩 밥상에 탁탁 놓는 요란한 소리는 대가족 식사를 마치는 알림과도 같았다.
긴 여름 방학의 막을 알리는 일요일 점심, 밥상에 올려진 따뜻한 멸치 육수를 넣은 잔치국수. 치명적으로 감칠맛을 자랑했던 할머니표 간장을 한 숟갈 넣고, 열무김치와 함께 먹으며 다가올 개학을 미루고 싶어 했던 어린 내가 그곳에 있었다.
”엄마, 내일이 개학이라니!“
점심으로 잔치국수를 먹다 말고 아들 녀석은 탄식하며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