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라는 처방은 모든 것을 간단하게 만든다.
8화 콩나물밥 편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나와 점점 지천명의 세계로 가고 있는 남편과 밥상에서 채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고기류는 소화에 어려움이 있어 많이 못 먹겠다는 것이다. 남편의 고기 사랑은 완고해서 그것을 꺾기 어려울 줄 알았는데 세월이라는 처방은 참으로 모든 것을 쉽고 간단하게 만들어준다. 채소 잘 안 먹는 아들이 이것을 이해하기에는 아직 견뎌야 할 많은 세월이 남아있다.
”오늘 점심은 콩나물밥 한다. “
”오! 좋다. “
경쾌한 남편의 대답은 오늘 메뉴가 꽤 괜찮다는 칭찬으로 들린다. 아삭한 소리가 서로 오가는 밥상은 재잘되는 아들의 빈자리를 메우는 듯하다.
늦여름이 한풀 꺾인 채 초가을 바람이 집안 곳곳에 불어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