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무구(無垢)한 공간을 꿈꿔왔다
상정할 그 무엇도 필요치 않는 공간을
악은 있되, 죄는 없고
부는 있되, 가난은 없고
고통은 있되, 원통은 없고
거짓은 있되, 해(害)는 없고
순서는 있되, 우열은 없고
차(差)는 있되, 격(隔)은 없고
신뢰는 있되, 신앙은 없는
삶이란,
부끄러움으로 가득하지만
하나도 부끄럽지 않은 것
아, 이 무구한 공간이
혹여 진실로 존재한다면…
나 크게 기꺼워하여 필사적으로 지킬 것이며,
삐져나온 고매한 빛이 아른거려도 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나의 한스러운 생애를 속죄하는 유일한 방도일 터이니
온 생을 바쳐 그곳을 찾으리라
온 생을 바쳐 그곳을 지키리라
온 생을 바쳐 결코 그곳에 가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