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집에 봄을 한아름 안아왔다. 꽃꽂이와 가드닝

꽃과 식물로 봄 분위기 내기

by Yeony Do

꽃시장에서 봄 데려오기

종종 꽃시장을 찾는다. 봄이 왔다 느껴지면, 꽃시장에 더 자주 방문하고 싶어 진다. 봄이 가지는 색감을 품은 꽃들이 마구 움트는 모습을 보면 괜시리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지난주 토요일엔 눈을 뜨자마자 꽃시장에 방문했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이었지만, 집안에 봄을 불어넣을 꽃들을 고를 생각에 설레는 마음이 더 컸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집을 자꾸 꾸미게 되는데, 집 안에서 계절을 느끼고 작은 변화로도 생동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데 꽃과 나무만큼 좋은 소재는 없다고 생각한다. (원래부터 엄마와 내가 꽃을 매우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다.)


지난 주말에 내가 골라온 꽃들은 노란 버터플라이 라넌큘러스와. 파란 델피늄, 핑크빛이 더 많이 감도는 망고 튤립 그리고 하얀 설유화였다.


지난 주말 내가 골라온 꽃들


꽃시장을 가기 전엔 꽃의 종류를 고르기보다 연출하고 싶은 색감을 먼저 상상하고 가는 것 같다. 통통 튀는 따사로운 색감들이 봄을 조잘거리는 느낌을 주는 꽃들을 데려오고 싶었다. 한 아름 안아온 꽃들을 엄마와 함께 이렇게 꽂을까? 저렇게 꽂을까? 이야기를 나누며 만지는 시간 또한 나에겐 ‘쉼’이자 ‘힐링’이다.


집안 곳곳에 배치해둔 꽃들


거실 곳곳에 화병들을 놓아두고 보니, 내가 상상했던 딱 그 느낌인 것 같아 아주 마음에 들었다. 꽃들과 함께한 다음 날 아침 엄마가 나를 깨우며 했던 말이 생각이 난다. 장난 섞인 말투로 “연희씨~~~ 집에 봄이 찾아왔어요~!! 완연한 봄이에요!” 정말이지 엄마 말씀처럼 방에서 나올 때마다 봄이 느껴지는 공간이 되었다. 싫지 않은 듯한 리엑션을 해주는 아빠와 동생 그리고 은근히 꽃들 옆에 누워있는 우리 강아지 도리까지 완벽한 주말이었다.


꽃이 좋은 도리와 예쁜 봄 꽃들



작년의 봄, 히아신스 수경재배 이야기


작년에도 비슷한 시기에 주말 아침부터 아빠를 꼬셔 엄마와 함께 꽃시장에 다녀왔었다. 당시에 나는 히아신스 화분을, 엄마는 떡갈 고무나무 화분을 데려오고 싶어 꽃시장으로 향했다.


히아신스는 작은 몽우리의 꽃들이 오밀조밀 모여 하나의 화려한 얼굴을 가진 꽃이 되는 매력적인 꽃이다. 봄을 알리는 꽃들 중에 하나이며,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 쨍하면서도 따뜻한 색감을 가진 꽃이라 느껴진다. 내가 히아신스를 선택했던 이유는 수경재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였다. 방과 거실의 테이블에 올려두고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오래 보고 싶은데, 흙이 든 화분을 올려두기엔 조금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SNS를 검색하던 중, 하얀 돌들 사이로 고정이 되어 수경재배되는 히아신스와 수선화의 모습을 접했고 나는 엄마에게 우리도 이렇게 키워보자며 제안을 했다. 그렇게, 히야신스 모종들을 고르고 우리는 물어물어 화분과 하얀 돌들을 구매하였다. 집으로 돌아와 수경재배 화분으로 완성한 모습은 아래와 같다.


완성된 히아신스 수경재배 화분


우선 모종들이 뿌리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조심 화분에서 꺼내 한참 동안 흐르는 물에 흙을 모두 털어주었다. 뿌리에서 흙을 제거하는 사이에 돌들에서 불순물이 나올 수 있으니, 돌을 커다란 바구니에 물을 받아 담아두었다. 뿌리의 흙들을 모두 제거하고 돌들을 다시 한번 빨래를 하듯 문질러 세척해주었다. 깨끗해진 돌들을 유리 볼에 차곡차곡 깔아주며 그 사이사이에 히아신스의 뿌리들이 고정될 수 있도록 배치해주었다. 마지막으로 알뿌리가 살짝 잠길 정도로 물을 채워주면 실내에도 편하게 둘 수 있는 수경재배 화분 완성! (완성 후 뿌듯한 마음에 인스타그램에 공유를 하기도 했는데, 많은 분들이 다들 따라 해 보아야겠다고 좋은 반응을 보내주셔서 조금 자세히 방법을 써보았다.)


히아신스 모종들의 흙을 잘 털어준 후 하얀돌로 정성스럽게 뿌리를 지지해 주었다.


히아신스 꽃이 지고 나면 꽃대를 잘라 잎의 모습들을 조금 더 지켜보다가, 잎들도 시들기 시작하면 잎을 모두 잘라 뿌리를 잘 건조해주면 다음 해에도 꽃이 핀다고 한다. 할머니께서 집에 방문하셨을 때 우리의 히아신스들도 잘 정리하여 말려주셨다. 나는 그 과정이 마치 지나간 봄에 감사함을 표하고, 내년을 기대하는 마음을 뿌리에 담아두는 듯해 좋았다. 그 마음을 알았는지, 올해는 흙에 심어두었더니 조금 이른 봄에 꽃을 피워주었다.


올해 2월 말 피어난 작년의 히아신스 꽃





엄마와 함께 고르고 키우고 있는 식물들


우리 집엔 은근 화분들이 많은 편이다. 할머니가 키우시던 식물들이 잘 자라 주어 일부를 옮겨 심어 둔 화분들을 비롯해서 엄마와 함께 꽃시장에 방문하거나 온라인에서 함께 골라 키우고 있는 다양한 나무, 선인장, 다육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우리는 이름을 지어주기도 하고, 햇빛을 잘 볼 수 있게 요리조리 옮겨주기도 하며 애정을 담아 식물들을 키우고 있다.


그중 몇 가지만 소개해보자면 작년 히아신스들을 구매해오던 날 함께 구매해온 떡갈 고무나무, 작은 몸집이지만 탐스러운 유주 열매를 피워내고 있는 유주 나무 등이 있다. 매일 보는 나무들인데도 어느 날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열매가 더 많이 달렸다던가 잎과 줄기가 성큼 더 많이 자란 게 느껴지는 순간들도 있다. 참 뿌듯한 순간들이다.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떡갈고무나무와 유주나무


집에서 일하며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런 요소들이 내가 누릴 수 있는 소소한 기쁨의 시간이 되어주기도 한다.


요즘 부쩍 스스로가 내가 무엇을 하는 시간을 좋아하는지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지난 글들과 이번 글의 경우에는 재택근무를 하며 집에서 보내는 시간에 대하여 마냥 긍정적인 부분들만을 비추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에게는 잘 맞는 근무의 형태이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 좋지만, 사실 일과 일상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시간 관리가 모든 것을 좌우하기도 한다.


다음 글에서는 내가 집을 오피스와 카페 삼아 일하며 어떻게 시간을 관리해오고 있는지, 그 나름의 고충과 노하우를 나눠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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