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하루 한 번, 일주일에 열 번은 화상회의을 한다

by Yeony Do

재택근무를 가능하게 한 가장 큰 요소. 화상 미팅

7-1.jpg


사람들이 지금의 펜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언택트 방법으로 줌 (Zoom)과 같은 화상 미팅 매체를 활용하기 시작하였고 이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어느 정도 온라인 만남에 적응한듯하다. 초기에는 줌으로 미팅을 하였을 때의 장단점, 피로도, 활용 방법, 효율성 등에 대하여 분석한 자료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해외에 있는 동료들과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던 나에겐 화상 미팅이 낯설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스카이프를 통해 통화를 하고 얼굴을 마주하는 일들이 많았기에, 코로나가 시작되어도 딱히 업무 체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다만, 그 횟수가 더 잦아져서 이제는 화상 미팅의 달인이 되었다.


오전에 하루 일과를 시작하여 한국 내에서 필요한 업무들을 한국 근무시간에 맞추어 끝내고 나면, 영국시간 오전 9시 한국시간 오후 5~6시 경부터는 영국과 맞추어야하는 업무들이 생겨난다. 매일 저녁 9시 늦으면 자정까지 들어가야 하는 미팅들이 생기는 것은 이제 너무나도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오늘은 저녁 7시 반에 미팅을 시작하여 연달아 세 개의 미팅을 마치고 나니, 밤 12시 반이 되어버렸다.

스크린샷 2021-04-02 오전 2.26.14.png
스크린샷 2021-04-02 오전 2.26.19.png
화상 미팅을 위한 매일 같은 위치 다른 복장


아마 화상 미팅을 자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럴 것 같은데, 옷장에서 상의만 꺼내게 된다. 하의까지 카메라에 잡히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파자마와 같이 편한 바지를 입고 미팅에 참석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진다. 가끔은 미팅을 끝내고 전신거울에 비친 나를 보면 나조차도 내가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음이 나온다. 메이크업한 얼굴에 화려한 상의 그러나 바지는 파자마. 솔직히 격식을 갖추지 않아도 되는 회의가 있는 날에는, 화상 미팅만을 위하여 화장을 하고 지우는 시간이 아까워서 모자를 쓰고 미팅에 들어가기도 한다.

스크린샷 2021-04-02 오전 2.27.40.png 어제의 나. 상의는 내가 좋아하는 빨간 니트 하의는 수면바지


내가 회의를 하러 방에 들어가면, 거실에 있는 가족들도 이제는 혹시나 소리가 들어갈까 목소리의 크기를 줄여주신다. 초기에는 회의를 하다가 ‘엄마랑 동생 떠드는거 다들려.’ ‘도리 짖지 말라고 해주세요.’ 등과 같은 카톡을 회의 중간에 슬쩍 보내기도 했다. 때때로 동생은 ‘내 집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도 크게 못 하냐?’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수년간 온라인을 통한 미팅을 진행해보니, 화상 미팅의 장단점은 극단적이다. 미팅을 위한 준비 시간과 이동 시간을 줄여주며 내용 녹화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확실한 장점을 가진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신호가 불안정 할 때면 상대방에게 내 이야기가 잘 전달이 되고 있는지 계속해서 확인하게 된다. 점점 더 화면 앞에 다가가게 되고 목소리는 커지다 보니 회의를 마친 후의 피로도는 말로 다 할 수 없다. 또한, 서로 직접 만나서 같은 공기를 나누지 못하기에 전달하지 못하는 온기와 마음의 차이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다들 10시에 Zoom 파티 들어오세요.

7-2.jpg

심지어 요즘은 모든 생일 파티와 크리스마스 파티들도 줌에서 한다. 모두가 줌을 많이 사용한다고 하지만, 주변에 나보다 자주 줌 미팅을 하는 사람을 찾긴 쉽지 않다. 그래서 대체로 회사 일이 아닌 친구들과 만남일 경우, 내가 미팅을 호스트를 하게 되는 편이다. 친구들에게 링크를 나눠주고 입장을 수락하고 기능을 알려주고. 일을 위한 미팅을 통해 갈고 닦은 줌 미팅 스킬을 선보일 때면 소소하게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IMG_8039.PNG
스크린샷 2021-04-02 오전 2.32.53.png
지난 크리스마스 줌 파티와 내 생일파티

줌에서 워크숍이나 파티를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늘 변경할 배경 사진들을 먼저 찾아놓는다. 심지어 누군가의 생일 파티에는 가지고 있던 주인공의 사진에 간단한 디자인을 얹어, 생일 축하 배경화면을 만들어 참여자들에게 공유해주기도 한다. 매달 구성원들의 생일파티를 함께하는 공동체에는 자연스럽게 생일 파티 진행 순서와 암묵적인 약속도 생겨났다.


1. 우리가 기프티콘으로 보내준 생일케이크를 줌 파티 전에 찾아오기
2. 배경으로 사용할 생일 주인공과의 추억 담긴 사진들 잔뜩 찾아두기
3. 12시가 되기 전에 모두가 참석하기
4. 파티를 위해 각자가 먹고 마실 음식과 음료를 챙겨오기
5. 12시가 되면 다 같이 생일 축하 노래 불러주기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각자 집에서 축제의 느낌이 나는 옷을 맞춰 입고 화면 앞에서 파티가 시작되길 기다리기도 했다. 만남이 어려워지고 점차 코로나 블루도 찾아오는 이 시점에 온라인상에서라도 만나 펜데믹을 이겨내 보고자 노력하는 우리들이 종종 귀엽게도 느껴진다.


아마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줌과 같은 매체들을 활용하여 이 시기에 적응해 나가고 있을 것이다. 화상 미팅은 만남을 위한 굉장히 효율적인 대안이지만, 곧 다시 서로의 손을 맞잡고 마스크 없이 하고 싶은 말들을 모두 나누는 날이 오길 간절히 소망한다.

이전 06화06. 다양한 기능을 갖춘 크리에이터의 공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