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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니책방 Dec 05. 2023

아줌마들의 밤마실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자신의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험담

"걔 진짜 웃긴다. 남편이 살 빼란다고 밥도 안 먹고 오늘도 안 나왔잖아. 남편이 시키는 대로 왜 해?? 난 그렇게는 안 살아. 50킬로밖에 안 나가면서 뺄 살이 어딨다고."


"저번에 입은 옷 봤어?? 할머니옷 입고 온 줄 알았어. 같이 다니기 창피하더라."


"오늘도 눈치 없이 나올까 봐 걱정했는데 안 나와서 다행이야. 그렇지?"



옆 테이블에 있던 네 명의 아줌마들이 한 여자에 대한 험담으로 열을 올리고 있었다. 험담을 주도하는 한 명, 거기에 동조하는 나머지. 듣고 싶지 않은 그녀의 목소리는 아이울음소리처럼 날카롭게 내 귀에 꽂혔다. 오랜만에 밤마실로 모인 우리는 서로의 눈을 쳐다보며 거북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누구의 엄마로 처음 만났지만 서로의 친구가 되어버린 아줌마 다섯. 우리는 올해로 10년째다. 서로 돕고 도움을 받으며 어느 한 명의 이탈자 없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소란스럽던 옆테이블이 일어나자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갔네. 한 시간을 남의 험담만 하더라."

"우리는 진짜 잘 만났어. 서로 뒷담화 안 하잖아. 저 아줌마들 무서워서 친구 하겠냐."

그렇다. 우리는 서로의 뒷얘기를 한 적이 없다.(내가 알기로는) 고민이 있을 때 조언을 해주는 정도일 뿐. 뒷담화를 하는 관계가 오래 지속될 리 없고, 그 관계 속에서 진정한 의미와 소속감을 느낄 리 없다.



타인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현실이 그보다 못하다는 반증이다. 험담은 나의 열등감만 드러내게 되며 나의 자존감을 앗아간다. 한 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알지도 못하는 타인의 뒷담화를 어쩔 수 없이(너무 큰 목소리에) 듣게 된 우리는 더러운 것이라도 본 듯 속이 매스껍고 기분이 언짢았다. 우리의 뇌는 부정적인 말을 지속적으로 듣게 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을 내보낸다. 자신의 불행과 열등감으로 남의 험담을 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에게 악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험담의 이유가 시기심 때문이든 단지 재미 때문이든 그것은 말하는 사람, 듣는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놀이터에 앉아있으면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중 일부는 나에게 다가와 친근한 얼굴로 다른 엄마의 이야기를 꺼내놓는 경우도 있다. 내가 별 다른 호응을 보이지 않으면 다음부터는 내게 다가오지 않고 서로 말이 통하는 다른 엄마들과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렇다면 나는 남의 험담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가. 그건 절대 아니다. 나 역시 예전에는 남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어떠한 이야기든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나면 허무와 허탈감이 느껴진다. 험담을 통해 속이 시원하고 기분이 좋아졌다면 아마 계속 남의 이야기를하는 사람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그렇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나는 좋은 이야기든 부정적인 이야기든 내 앞에 있지 않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험담은 습관이고 그 습관은 나의 자존감을 앗아가는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엄마 민정이는 수업시간에 장난치고 이상한 이야기 해서 선생님한테 맨날 혼나."

"그랬니? 너희는 아직 배우는 중이라 실수할 수 있어. 그 친구도 점점 좋아질 거야. 한 번 장난꾸러기라고 평생 장난꾸러기는 아니야."

나의 아이가 다른 친구의 이야기를 할 때 나는 그것에 맞장구 쳐주지 않는다. 그저 들어주고 상황을 다각도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알려준다. 누구나 단점이 있다. 나 역시 부족한 점이 정말 많은 사람이다. 예민하고 까칠한 성격에 세상에 불편한 것이 남들에 비해 오만가지는 더 많을 거다. 하지만 장점이 없는 사람도 없다. 보석 수집가의 눈으로 바라보면 누구나 빛나는 보석 같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나를 더 사랑하고 상대방의 장점을 바라봐주는 것도 자주 하다 보면 습관이 되어 저절로 남의 험담을 하는 일이 없어진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누군가를 칭찬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감사로 마무리하는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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