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노트와 펜을 좋아한다. 특히 바늘처럼 심이 얇은 펜이 좋다. 약간은 거칠게 느껴지는 얇은 펜의 촉감이 마음의 안정을 준다. 좋아하는 색깔의 펜을 들고 의미 없는 단어들을 노트에 적다 보면, 미로에서 길을 잃었던 나의 생각들이 출구를 찾아가는 듯 편안해진다. 그래서 매일 한 문장이라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글쓰기는 내게 종합선물세트였다. 내가 좋아하는 서점, 책, 노트, 펜, 사색 그리고 소통의 집합체니까. 커다란 가방에 종합선물세트를 넣고 카페로 가는 일이 많아졌다. 글쓰기 면허를 딴지 겨우 3주 차인 나는 시동만 걸고 쓰지 못하고 돌아오는 날이 더 많긴 하다.
글은 쓰고 싶은데, 진짜 안 써진다. 글쓰기 진짜 밉다. 나의 부족함이 한없이 드러나는 글쓰기는 완벽주의자 성향을 가진 나에겐 큰 도전이다. 그런데 이 밤에 또 노트북을 열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나를 보자니 퍽 웃기다. 실은 너무 쓰고 싶은 게지. 글쓰기만은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지금 아무거나 막 쓰는 중이다. 오늘도 안 쓰면 내일도 못쓸 거 같아서. 나의 취약함을 한껏 드러내는 것은 약점이 아닌 진실이자 용기이다. 두려움에 나의 기쁨을 미리 차단해 버리진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