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읽는 사람이 아니었다. 쓰는 사람은 더욱 아니었다. 목적이 있는 독서 외에는 책을 찾지 않았다. 서점을 좋아하고 가끔 옷이 아닌 책을 살 때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불과 몇 개월 만에 매일 글쓰기, 브런치 스토리 작가, 책 서평을 하는 북스타그램까지 하게 된 지금이 무척 혼란스럽다. 내 자리가 아닌 기분을 지울 수 없다. 매일 나의 부족함과 한계를 마주하다 보니 건빵 한 주먹을 입에 털어 넣은 듯 가슴이 답답하다. 욕심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주부로서 살다가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우고 나니 할 일이 없어서인지. 국문학을 전공하면서 문학책 좀 들춰봤다고 책 근처를 기웃거리는 건지. 아니면 정말 책과 글을 좋아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내가 책을 쓰게 된다면?] 주제를 받고 도저히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다. 평소 고심해서 쓴 글이라고는 오전에 아이가 아파서 병원 갈 때 담임선생님께 보내는 문자 정도였다. 그런데 책이라니? 감히 상상도 못 해본 일이다. 노트북 앞에서 빈 화면만 쳐다보고 있다가 딸에게 물었다.
“사랑아, 네가 만약에 책을 쓰게 된다면 어떤 책을 쓸 거야?”
“엄마 나는 해리포터 같은 책 쓸 거야! 나 이미 주인공 이름까지 다 생각해 놨어~”
“그래? 엄마는 쓸게 없는데 사랑이는 좋겠다.”
“왜 쓸게 없어~ 엄마가 잘하는 거 쓰면 되잖아.”
“엄마가 잘하는 게 뭔데??”
“요리도 잘하고 영어도 잘하고 친절하고 그리고 엄마 브런치 작가잖아.”
매주 반찬을 시켜 먹는 나에게 요리를 잘한다 해주고 영어 잘했었다는 거짓말을 믿어주는 우리 딸이 날 작가라고 불러준다. 걱정 없이 웃다 보니, 문득 너와 했던 모든 대화들을 책으로 남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딸이 인정한 작가니까. 책 그까짓 거 쓰지 뭐. 언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