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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아 Apr 08. 2020

재택근무와 아침식사의 상관관계

는 0에 수렴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2020년 4월 8일 수요일

날씨: 햇빛은 쨍한데 바람은 추움

기록자: 수아



우연 같은 일이다. 무심코 펼친 책에서 ‘바이마르’라는 이름을 볼 줄이야.



“고양이들의 집이 있는 위치는 독일의 바이마르Weimar라는 난생처음 들어보는 작은 마을이었지만 이내 날아온 사진 몇 장에 금세 반해버렸고, 설마 하며 물어본 친구가 놀랄 정도로 그 자리에서 곧바로 승낙을 했다. … 생면부지의 사람과 집을 바꿔 살아보는 경험이라니. 상상만으로도 흥미롭지 않은가.” - <집다운 집>  중 요나, 작은 부엌이 선물해준 집



정확히 1년 전 지금 이 시각 나는 막 바이마르에 도착한 참이다. 그곳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동그라미의 집에 28일간 머물기로 한 것이다. (이 기록은 또 다른 브런치 매거진, 크고 작은 하루에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나도 휴가가 아닌 리모트워크였고, 동그라미는 논문을 준비하느라 바쁜 참이었다. 매일 밤마다 오늘 할 일을 다 하지 못했다며 앓는 소리를 하면서도, 끼니마다 성실히 밥을 지었고 장을 봐다 반찬을 만들어 먹었다.



까치머리가 기본셋이던 시절


참 신기한 일이었다. 한국에 있을 때랑 똑같은 시간만큼, 똑같은 일을 하는데 그런 여유는 어디서 났던 걸까. 매일 아침 햇빛이 부서지는 창가에서 아침과 커피를 마셨고, 매일 밤에는 죄책감을 한켠에 밀어둔 채 저녁을 먹으며 시답잖은 소리들을 하며 잠에 들었다. 둘이 살아가는 집에서 작은 냉장고 안의 식재료는 금세 동나기 일쑤였다.



지금 사는 서울 집에는 커다란 냉장고가 있다. ‘혼자 사는 집에 냉장고가 커봤자 얼마나 크겠어’라고 다들 생각하지만 글쎄. 공용오피스 한 층에서 사용하는 냉장고와 똑같은 모델, 똑같은 크기라고 하면 실감이 나려나. 심지어 어찌나 식재료가 꽉꽉 차 있는지, 냉장실에도 냉동실에도 비어 있는 틈이 없다.



이쯤 되면 ‘원래 요리를 좋아하고, 잘 해 먹는 사람이구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단호하게 아니다. 그저 스트레스받을 때면 마트에 들르는 걸 좋아할 뿐. 그렇게 사 온 식재료의 60%는 물에 닿지도 못한 채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기 일쑤다. 서울에서는 요리를 해 먹을 시간도, 여유도, 창의성도 부족하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재택근무를 하면서 끼니를 잘 챙길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외려 라면과 커피로 때우는 날이 더 많아졌다.



아주 보잘것없는 한 끼를 마주할 때면, 바이마르가 생각난다. 그리고 곧이어 집 안의 온기에 대해 생각한다. 어쩌면 삶에서 중요한 건 마트와의 거리나 냉장고의 크기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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