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여행기
해가 떠 있는 것을 좋아한다. 해가 24시간 떠 있는, 백야를 보러 여행을 가고 싶어했다. 누군가는 내가 해만 뜨면 기분이 이상할 정도로 좋아진다고 했다. 밤이 내게 우울함의 근원이었다면, 해는 나에게 기쁨, 말 그대로 joy의 근원이었다. 그렇기에 해가 떠 있는 낮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집에 있는다는 것은 죄처럼 느껴질 정도로 나에게는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치앙마이의 낮은 달랐다. 너무 더워 비수기가 시작되는 3월 초의 햇빛은, 선크림을 깜박하고 가져오지 않은 나에게 가혹할 정도로 뜨거웠다. 아침이면 서늘하게 불어오던 바람도 10시만 되면 뜨겁게 변했고, 내리쬐는 햇빛은 나의 모든 피부를 빨갛게 익어버리도록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걸어야만 했다. 여행까지 와서 낮에 게스트하우스에 있는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용납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처음 묵었던 게스트하우스가 편하고 좋았지만 햇빛이 들지 않아, 도저히 그 안에서 햇빛을 보지 않은 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간과한 점이 있다면, 나는 여름에 밥맛이 없다는 것. 그래서 여름에는 점심을 종종 거르곤 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간과점은 내가 한 장소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을 잘 못한다는 것. 이른 아침 브런치를 먹고 저녁을 먹기까지의 그 긴 시간동안 계속해서 카페를 전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난 한낮의 뜨거운 거리를 목적지도 없이 걸어야만 했고, 밤에나 찾아올 법한 우울함이 첫날부터 찾아오고야 말았다.
5일간의 여행이 끝난 지금은 안다. 치앙마이의 한낮에는 무조건 실내에 있을 것. 에어컨이 나오는 카페면 더 좋지만, 나오지 않아도 괜찮다. 느지막히 일어나 숙소 근처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다시 숙소로 들어가 여유를 누리다 늦은 점심을 먹으러 어슬렁거리며 나오는 것. 그렇게 늦은 점심을 먹고 카페에 앉아 두세시간 여유롭게 있는 것. 그것이 치앙마이의 낮을 즐기는 진정 한 방법이었다.
치앙마이에 체류한 4일 중 이틀의 낮은 치앙마이에서 빠이로, 다시 빠이에서 치앙마이로 이동하는데 소비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어차피 돌아다닐 수도 없는 낮이니깐!) 그리고 남은 이틀의 낮은 거의 ‘Day off Day’에서 시간을 보냈다. 시내와 조금 떨어진 곳에 있어 사람들이 쉽게 찾지 않는 카페. 에어컨은 없지만 작은 선풍기가 있고 마주 보는 창문을 향해 바람이 살랑살랑 지나가는 곳. 더우면서도 시원한 한 줄기의 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었고, 친구를 만났고, 글을 썼다.
그렇게 한낮을 보내면 된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오히려 어디론가 급하게 이동해야 한다는 마음이 말끔하게 사라졌다. 하고 있던 일 하나가 끝나면, 아니면 먹고 있던 음료를 다 마시고 나면 카페를 박차고 일어나야만 할 것 같았지만 치앙마이에서는 그렇지 않다. 읽던 책을 다 읽었다면 글을쓰면 되고, 마시던 음료를 다 마셨다면 다른 음료를 주문해서 마시면 된다. 비록 Day off Day는 4개의 자리밖에 없는 작은 카페지만,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카페의 주인은 전혀 이상하거나 불쾌하게 여기지 않고 나를 위해 음료를 만들어줄 것이다.
일정과 일정 사이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 다음 일정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내가 해야 할 것, 혹은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다음 일정이 있고 없는 것에 왜 이렇게 신경쓰냐 물어보지만, 그것은 나의 삶의 방식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나무랄 수 없다. 나 스스로를 바꾸는 것보다 그런 나를 인정하고 일정과 일정 사이의 시간을 가장 잘 활용하는 것이 나를 위해 가장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적어도 이 다음에 다시 치앙마이를 찾는다면, 그런 마음 같은 건 정말 다 버리고 올 테다. 대신 책을 한 가득 들고 와서 하루에 책을 한 권씩 읽을 테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머리 위에서 수직으로 내리쬐던 햇빛이 기울고 어스름이 깔리면서 다시 밖으로 나갈 용기가 생기게 하는, 그런 날씨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