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의 아침

뒤늦게 전하는 치앙마이 여행기 1일차

by 수아

잠이 없는 편은 아니다. 잠자리를 가리는 편도 아니다. 하지만 사람에게 길들여진 습관이라는 것은 무섭고, 최근의 나는 계속해서 꾸준하게 오전 8시 30분에 기상했다.
그말은 즉슨, 나는 매일 치앙마이에서도 오전 8시 30분, 로컬타임 오전 6시 30분에 기상을 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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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내내 비행기를 타고 와서 피곤했음에도 6시 30분에 일어난 나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호텔이었다면 푹신한 이불을 덮고 책이라도 읽었을 텐데, 어두침침하고 창문 하나 없는 게스트하우스 1인실에서 새벽부터 형광등을 키고 책을 읽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더 잠을 자보겠다고 뒤척뒤척하다 7시 즈음 지갑을 들고 슬리퍼를 끌고 나왔다.

님만해머*라는 말이 있다. 내가 묵고 있는 게스트하우스는 '님만해민'이라는 지역 근처에 있었는데, 최근 분위기 좋은 (브런치) 카페나 식당이 들어오면서 핫하게 부상하고 있는 곳이다. 자고로 님만해머라면 그 예쁜 카페나 식당 사이로 화장도 하지 않고 자다 일어난 그 모습 그대로 슬리퍼를 질질 끌며 나가서 브런치를 먹고 오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 마치 신촌에 살던 내가, 남들 다 꾸미고 오는 신촌에 삼선 슬리퍼를 신고 집에서 입던 반바지와 후드티를 입고 거닐어도 하나도 창피하거나 낯부끄러운 적이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님만해머처럼 일단 물을 샀다. 물을 마시며 새삼 날이 선선하다고 생각했다. 치앙마이는 3월부터 무척이나 더워져 비수기에 접어들지만 그래도 아침저녁만큼은 초여름 날씨의 선선함을 유지했다. 전날 한밤중에 도착했던 터라 이곳이 얼마나 더울지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 좋은 날씨를 조금이나마 더 만끽하고 싶어 부리나케 숙소로 돌아와 씻고 가장 예쁜 옷을 입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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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날은 내 생일이었다. 의미없는 축하를 받는 것이 싫어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에서 정보를 내려서 축하해줄 이는 없었지만, 어찌됐건 내 생일이었다. 생일 중에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없지는 않았다. 원체 외로움을 많이 타던 애니깐. 내가 그렇게 정보를 내려놓고 외로워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하루 내내 연락이 온 사람은 5명에 불과했고 그 중 친하게 지내온 친구들은 아무도 내 생일을 기억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날 블루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연락이 왔으면 하는 마음 반,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반 하던 사람으로부터 생일 축하를 받아서, 굉장히 산뜻한 척 했지만 꽁기한 마음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여튼 처음 간 곳은 SS1254372
너무 맛있는 열대과일이 듬뿍 들어간 토스트가 서빙되어 나온 순간, 난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거다. 솔직히 그 가게 나오자부터는 그런 생각 안들었는데, 그순간만큼은 치앙마이에 계속 살고 싶었다. 이러헥 맛있는 음식을 이렇게 싼 가격으로 먹을 수 있다니. 게다가 열대과일이라니! 게다가 이렇게 맛있는 커피라니! 혼자 앉아 밥을 천천히 먹는데, 다른 생각을 하면서 먹는둥마는둥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맛 하나하나를 느끼며 먹는 것이 참 오래간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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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와서 이 풍경을, 이 여유를, 이 맛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좋았겠다 - 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자꾸 좋은 것은 좋아하는 사람과 나누고 싶다. 그게 사람들을 조금은 귀찮게 만드는 면이 없잖아 있기도 한 것 같다. 그래도 감정이라는 것은 누군가와 함께할 때 두 배가 되는 것이 아닌가. 지금 이 자리에서 이 순간에 느끼는 것들을 말로 내뱉는다면, 아마 시간이 지나도 마음 속에서 희미해지지 않을 테다.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낀 여행이었지만 벌써부터 기억이 희미해지는 건 그걸 함께 나누하고 공유할 이가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나보고 아직 어리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하다. 나의 많은 것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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