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수텝 사원

가만히 앉아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by 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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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사원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어딜 여행가도 사원은 가장 마지막 순위 혹은 과감하게 빼는 타입이다. 딱히 사원을 가서 기도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장면에 감흥을 받는 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도이수텝을 가기로 결심했던 건 여기라도 가지 않으면 랜드마크 혹은 카페 아닌 곳을 갈 수 있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혼자 왔으니 이런데라도 가야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 싶은 마음이 나를 도이수텝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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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일어나자마자 아주 아침에 가려했다. 낮에 가면 너무 땡볕이라, 힘들다는 말을 어렴풋이 들었던 까닭이다. 그렇게 채비를 마치고 나서려는 나에게 게스트하우스 분들이 지금 가느니 저녁에 가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도이수텝에서 보는 석양이 그렇게 예쁘다고. 그 말에 혹한 나는 결국 도이수텝을 저녁으로 미루고 Day off Day로 떠난다. 그리고 그 선택은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을 동시에 가져다주는데, 데이오프데이라는 내 여행에서의 마음을 가장 많이 준 공간을 찾게 해준 동시에 그덕에 한낮에 할 일이 없어 땡볕을 걸으며 우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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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여튼, 그렇게 시내를 싸돌아다니고 지쳐 숙소로 돌아온 후에도 한 시간을 보낸 여섯시 반즈음 너무 늦었다고 생각할 때 "이제 가면 된다"라는 말을 듣고 도이수텝으로 향했다. 도이수텝은 치앙마이동물원 앞에서 .... 그새 잊어버린 그 이름의 교통수단을 타고 올라가면 되는데 보통 왕복으로 돈을 지불하고 한 시간 정도 머물다 올 수 있다.

저녁이라 올라가는 사람이 없어 비싸게 돈을 지불했는데 막상 올라가는 그 길에서 보이는 치앙마이 시내 전경이 참 예뻐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울퉁불퉁 굽이굽이치는 길을 따라 손잡이를 꽉 잡고 시내풍경에 넋놓고 있으면 어느새 사원에 도착한다. 해가 뉘엿뉘엿 지면서 머리 위로 내리쬐는 햇볕이 사그라드는 시간, 아직은 그 열기로 따뜻한 바닥을 맨발로 조심조심 걷는 그 기분이 벌써부터 나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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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카메라를 들고 맨발로 가만히 앉아 흘러나오는 기도소리를 듣는 저녁은 참 편안했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들려오는 소리,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담으며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치앙마이 여행 중 손에 꼽는 장면이다. 여전히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그 온기마저고 기억이 날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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