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틀 포레스트>
도시에 사는 나는, 자주 허기가 지는 편이다. 저녁을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또다시 간식거리를 찾기 마련이다. 외로운 날은 특히나 더 그랬다. 포만감이 가득한 날에도, 어딘가 한편에서는 늘 배가 고팠다.
그래서 김태리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이유를 "배가 고파서"라고 했을 때,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늘 그랬으니까. 그러다가 잠깐이라도 집에 다녀오면 그 허기가 사라졌으니까.
자취를 오랫동안 했던 친구들은 요리의 기쁨을 안다. 꼭 맛있는 음식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 요리를 하는 그 과정 자체가 즐겁기 때문이다. 야채를 냉장고에서 꺼내고, 정성스럽게 손질해 요리를 하는 과정에는 잡념이 들어가지 않는다. 요리를 할 때만큼은 걱정이라곤 하나 없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퇴근 후에도 꼭 반찬거리를 사다 요리를 해먹는 습관이 생겼다. 하루의 고됨을 씻어내는 일종의 의식 같은 작업은, 하루를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요리를 해먹고 설거지까지 말끔하게 끝낸 날이면, 아무리 늦은 밤이라도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에너지를 얻곤 했다.
도시의 바쁘게 돌아가는 삶이 힘에 부치는 이유는 어쩌면 이 사소하지만 중요한 행위를 할 시간이 없어져서가 아닐까. 너무 바빠 일주일 동안 단 한 번도 집밥을 먹지 못한 날이면, 아무리 바깥 음식을 잘 먹었다 하더라도 충분치 않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나면 '이렇게까지 살아야 할까' 회의감이 드는 날도 많았다.
영화를 보며 이번 주말에는 어떤 음식을 해먹을까 고민했다. 꼭 제철나물까지는 아니어도, 정성이 듬뿍 들어간 음식을 해먹고 싶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계속 살아가야 할 도시, 서울에 발 붙이기 위한 노력이다. 곧 아주심기를 위한 준비에 들어갈 나에게, 때맞춰 나타나준 영화 리틀 포레스트.
허기가 지는 날이면, 두고두고 꺼내보고 싶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