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저널리즘 열여섯 번째, <다시, 을지로> -1
북저널리즘 열 여섯번째 책 <다시, 을지로>의 편집을 마쳤다. 도시콘텐츠를 만드는 회사에서 짧게나마 일했던 나는 여전히 도시 그리고 동네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고 있었고, 매거진이나 말랑한 콘텐츠가 아닌 '저널리즘'의 성격에서 도시 혹은 동네를 다뤄보고 싶었다. 많은 뜨는 동네 중 내가 선택했던 곳은 '을지로'였다.
을지로는 조금 특이한 동네다. 뜨는 동네지만, 대로변에 식당이나 카페가 가득하지는 않다. 여전히 을지로입구나 을지로3가, 을지로4가역 출구로 나오면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삼발이가 눈앞을 지나다닌다. 거리에는 타일이나 도기, 조명이 가득해서 '여기가 핫플레이스가 맞아?'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언론에서 다뤄지는 가게에 가기 위해서는 지도가 꼭 필요하다. 앱을 켜고도 구불구불한 골목을 몇 번이고 헤맨 후에야 원하는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다. 제 존재를 알리지 않겠다는 듯, 꼭꼭 숨어 있는 가게들은 간판도 달지 않고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바로 문 앞에서 위치를 몰라 당황한 적도 여러 번이다.
요즘, 친구들이 가볼 만한 곳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나는 어김없이 을지로를 추천한다. 감각적으로 꾸며진 가게도 좋지만, 가장 추천하는 곳은 단연 '을지OB베어'다. 지금은 겨울이라 약간은 좁은 내부에서 아저씨들과 부대끼며 술을 먹어야 하지만 날이 풀리고 봄이 되면 노가리골목 거리에는 야외테이블이 가득해진다. 모두들 길거리에 앉아 노가리와 맥주 한 잔으로 그날의 고단함을 내려놓는다. 습관적으로 이곳을 찾는 이유가 꼭 저렴한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길거리에 옹기종기 붙어 앉은 사람들이 술기운이 조금 오른 듯한 불콰한 얼굴을 하고서 목청을 한껏 높여가며 웃음꽃을 피우는 모습을 지켜보면 꽤나 재미있다. 회사원인 듯한 사람 두어 명이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노가리골목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는가 하면, 서울을 처음 찾은 외국인이 눈이 똥그래져서는 의자를 밟고 올라가 노가리골목의 사진을 연신 찍기도 한다. 그들에게 노가리 골목은 어떤 의미인지 문득 궁금해지는 순간들이다.
을지로에 새롭게 생겨난 장소들도 매력적이다. 콘셉트 유지를 위해 허름한 외관을 살리고 내부는 전혀 용도나 지역성과 관련 없는 콘텐츠를 채워넣기보다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지역과의 관계를 유지하며 을지로만의 '장소'로 만들어나가는 이들이 을지로에는 있다. <다시, 을지로>에서는 이들이 어떠한 모습과 행동으로 지역과 커뮤니케이션을 계속해나가고 있는지 '일상생활의 사회학'과 '공간적 상상력'이라는 사회학 이론으로 바라보았다.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인터뷰도 진행해 포함시켰다. 을지로를 모르는 사람들이, 그리고 을지로를 단순히 뜨는 동네 중 하나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이곳은 조금 특별하다는 생각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