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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아 Apr 05. 2018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나의 성장

2018 실리콘밸리의 한국인들(1)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서 주최하는 2018 실리콘밸리의 한국인들에 다녀왔다. 장소는 네이버 그린팩토리! 10시 즈음부터 행사 시작이라 그 시간에 맞춰 네이버로 향했더니 직원들과 출근 시간이 겹쳤나 보다. 종로나 광화문과는 사뭇 다른 출근 분위기에 한껏 마음이 설렜다.


사실 기술직이 아닌 나는 실리콘밸리를 동경하지 않는다. 글을 주로 쓰고 있는 내가 그곳에 가면 지금처럼 일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아마 주요한 원인일 것이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스타트업 마인드는 늘 궁금했다. 정말로 그곳에서는 수많은 도전과 실패가 용인되는지, 무엇이 다르길래 실리콘밸리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곳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는지, 또 어떻게 저런 세계적인 기업에서 일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는지 말이다.

총 세 파트로 나누어진 세션에서 두 번째 세션이 가장 좋았던 이유다. AWAIR 백산 님의 '한국 공무원의 스타트업 적응기', UBER 김누리 디자이너 님의 '실리콘밸리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3가지 방법', 그리고 Linkedin 박기상 님의 '이 시대의 카멜레온'까지. 이들의 강연은 이 세 사람이 실리콘밸리에서 일할 수 있었던 이유와 일하는 이유를 모두 설명해주었다.


강연 내의 내용 외에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먼저 말하자면, 평소에 블로그에 글 쓰는 일을 좋아하는 박기상 님은 이 강연을 준비하기 위해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업무 시간을 제외하고 강연 준비에 매진했다고 한다. 왜 이렇게 열심히 하셨냐는 질문에 나온 답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게 처음인데, 많은 분들의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철저한 준비 덕분일까. 20분 남짓한 발표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게 느껴져서 내용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거기에 타고난 듯한, 그러나 철저하게 준비된 유머 코드까지 곁들여지자 강연장은 순식간에 웃음바다로 물들었다. 박기상 님까지 총 6개의 세션이 진행되었지만, 관중들의 '대폭소'를 이끌어 낸 건 처음이었다.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철저하게 준비하고 싶어 하는 프로 마인드, 그리고 강연을 위해 각종 강연들을 섭렵하며 '좋은 강연이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태도. 벌써부터 이 분이 왜 실리콘밸리에서 탐내는 인재인지 알 수 있었다.


물론 강연을 하는 태도뿐만 아니라 강연 내용도 인상깊었다. 현 시대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확장성(adaptability)'이며 이를 위해서는 세 단계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 새로운 역량을 쌓는 시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새로운 역량을 쌓기 위해서는 아무리 작고 마이너한 곳이라도 다양한 경험을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에 있어야 한다. 일례로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박기상 님은 9년 동안 지루한 일이 가득할 것만 같은 제지 회사에서 일했다. 그런 분이 어떻게 실리콘밸리에 들어갈 수 있었냐고? 이분은 그 9년 동안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하지 않았다. 기술이 없어 사소한 부분을 수정할 때도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답답했던 그는 어느 날 기술 업체에 소스 코드를 요청한다. 그리고 그들이 정식 '코딩'이 아닌 일종의 야매로 작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직접 기술을 연마하기 시작한다.


이 일을 시작으로 박기상 님은 회사 안에서 "유일한 기술자"가 되어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었다. 심지어 회사의 도움으로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원에도 다녔다고 한다..! 물론 박기상 님은 타고난 도전가인 듯했다. 먼저 코딩 소스를 달라고 한 것도 그렇고, 자신의 답답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간단한 기계를 만들어내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러나 박기상 님은 단순히 자기가 열심히 해서 지금같은 결과가 있었던 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다양한 경험을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났기 때문에 많은 것들을 시도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런 그의 마인드는 세 번째 스텝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먼저 간략하게 설명하면 A라는 업무에서 B라는 업무로 새로운 역량을 개발시킨 다음에는 그 업무 역량을 성장시켜야 한다. 그러나 어느 시점이 되면 다시 C라는 새로운 역량으로 도약해야 할 타이밍이 올 것이다. 이 때 새로운 역량을 만들기 위해서 '사이드 프로젝트(Side Project)'를 시도할 것을 주문한다.


박기상 님은 링크드인에 오기 전, 1년 정도 다른 (이름 대면 알 수 있는) 기업에 두 번씩 있었는데 이 때 이직한 것도 모두 사이드 프로젝트 덕분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그는 링크드 인에서 일하고 있지만, 곧 데이터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판단 아래, 본인의 업무 외에 회사 내에서 데이터와 관련한 배움의 장에 참석하고 계신다고 했다.


나는 사람이 24시간 내내 하나의 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특히나 스타트업이라면 업무에 방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작당모의'를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회사에 있다 보면 시각이 계속해서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좁아진 시각을 넓히는 건 결국 사이드 프로젝트인 경우를 종종 보면서, 어떻게 '나'를 중심에 두고 회사(본업)의 일과 딴짓(사이드 프로젝트)을 잘 엮어나갈지 고민하게 된다.


그 외에도 너무 좋은 내용이 많았어서 스타트업을 꿈꾸거나 도전적인 일에 관심이 있다면 네이버TV로 생중계도 하니(다시보기도 되는 걸로 알고 있다) 꼭 한 번 매년 열리는 이 포럼에 관심 갖고 참여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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