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염지수 Nov 21. 2019

지역과 함께 하는 미국 공공도서관 (2)

덴버, 오스틴 공공 도서관


Denver Public Library, 족보학 컬렉션의 리서치 가이드


족보학 컬렉션은 외국의 공공도서관을 방문할 때 가장 주의 깊게 보고 싶었던 부분이었다. 다행히 CEAL 컨퍼런스 참석 차 덴버를 방문했을 때 들른 덴버중앙도서관이 족보학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어 이를 살펴볼 수 있었다. 1995년 서양사 컬렉션과 통합된 덴버공공도서관의 족보학 컬렉션은 60,000권의 책과 75,000점이 넘는 마이크로필름, 수백여 점이 넘는 잡지와 뉴스 기사, 도표, 지도책, 매뉴스크립트 등을 보관하고 있다. 현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관한 자료들도 함께 서비스하고 있다.


덴버 중앙도서관의 Manuscript Room


덴버 중앙도서관의 족보 연구 리서치 가이드


족보학 컬렉션이 있는 도서관 5층 인포메이션 데스크에는 리서치 가이드도 제공되고 있었다. 이 리서치 가이드에는 이용자들이 처음 족보 연구를 시작할 때 참고하면 좋은 지침들과 소스들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가장 먼저 집의 다락방, 지하, 옷장, 화장대, 앨범 등을 살펴보고, 친척들에게 관련 기록이 있는지 연락을 취하고, 전화번호부나 사망 기사, 페이스북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친척들의 존재를 추적하라는 등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정보들이 많다. 또한 족보를 연구할 때 도서관에서 이용 및 참고할 수 있는 디지털 컬렉션 등 유용한 웹사이트 링크도 제공하고 있다. 만약 혼자 족보를 연구할 때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있다면 도서관 봉사자인 전문 족보학자와 함께 미팅을 잡아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도서관에서 진행되는 족보 연구 강의를 들을 수도 있으니 이용자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다방면으로 마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과연 덴버공공도서관은 어떻게 이처럼 풍부한 리서치 가이드를 제공할 수 있었을까? 우선 덴버공공도서관에서 기증받는 기록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는 특징이 있다. 유물(Blair-Caldwell African American Research Library only), 시청각 자료, 도서, 일기장, 회의록, 재산 및 법률 관련 서류, 편지, 사진, 스크랩북 등 족보학 컬렉션이 위치해 있는 5층에 Archives & Manuscript 부서도 함께 위치해 있어 일반 도서관보다 수집/기증 범위가 훨씬 폭넓은 것으로 보였다. (덴버 도서관뿐만 아니라 미국 내 많은 공공도서관과 시 아카이브즈가 수집/기증 범위를 어떻게 조정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또한 덴버공공도서관이 소장한 기록물이 이용자의 족보 연구에 충분하지 않다면 추가적으로 다른 기관의 디지털 컬렉션과 기록물 소장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한계를 보완하는 것으로 보인다.


족보학 컬렉션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이용자가 친숙한 주제를 통해 정보를 획득하는 방법을 배우고, 이 기록물을 보관하는 도서관과 기록관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덴버공공도서관에서 얻은 또 다른 팜플렛에는 이용자가 기증한 기록물은 이후 사서, 아키비스트, 큐레이터 등 전문가에 의해 안전하게 관리될 것이며, 연구자들에게 폭넓게 사용되는 등 공동체의 집단 기억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문구가 적혀 있어 인상 깊었다.


Getting Started In Genealogy Tutorial https://history.denverlibrary.org/getting-started-genealogy



Austin Central Public Library, 지속 가능한 도서관 건축


SAA 컨퍼런스 참석 차 텍사스 오스틴에 갔을 때 오스틴공공도서관을 방문하였다. 2018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명소들’, 국제도서관협회연맹이 뽑은 ‘올해의 공공 도서관’ 부문 5위를 차지한 도서관이라 기대가 컸다. 다른 도서관을 방문할 때는 주로 도서관의 기능 및 서비스에 관심을 두고 살펴봤지만 오스틴공공도서관은 건축적인 면에 더욱 관심이 갔다.



오스틴 중앙도서관 건축 외관


오스틴공공도서관의 건축적 특징은 한마디로 ‘지속 가능한 컨셉’이다. 도서관을 설계한 레이크 플레토(Lake|Flato) 건축 사무소는 설계 초기부터 도서관이 마치 도시의 거실 같은, 공적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고려했다. 또한 도서관 자체가 지속 가능한 건물이 될 수 있도록 태양 에너지, 빛, 하수 처리 등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하였다. 그 결과 도서관의 6층 루프탑에는 오스틴 지역에서 가장 큰 태양 집열판이 설치되어 태양 에너지를 건물에 활용하고 있고, 루프탑의 잔디를 통해 흡수된 물은 지하 탱크에 저장되어 화장실 물로 재사용되는 등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실내의 거대한 아뜨리움 또한 큰 창을 통해 바깥의 채광이 사방에서 들어와 비치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방문객들을 더 높은 층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도서관의 내부 구성 또한 다양한 목적으로 구획되어 서로 다른 이용자들의 수요를 만족시키고 있다. 오스틴중앙도서관에는 독서실, 세미나실, 컴퓨터실처럼 기본적인 공간과 더불어 어린이, 10대, 어른들을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6층 루프탑에 조성된 정원과 더불어 각 층 곳곳에는 사람들이 공부를 하다가 지칠 때 바깥 공기를 쐬며 쉴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이런 휴식 공간에 비치된 가구들 또한 모두 이용객의 편의를 고려한 디자인이라고 한다. 발표, 이벤트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1층의 퍼포먼스 공간과 전시 목적으로 사용되는 2층의 갤러리도 중요한 특징이다.



오스틴 중앙도서관 1층의 커뮤니티 보드


도서관을 둘러보는 내내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 오스틴이라는 도시와 이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가까워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도서관을 모두 둘러본 후에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물고 싶어 1층 카페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오스틴중앙도서관은 이제까지 방문한 도서관들 중 이용자와 커뮤니티, 그리고 도시의 지속적인 관계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는 건물이었다. 도서관 시스템이 아닌 도서관의 건축을 통해서도 도서관의 변화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세계에서 ‘탑 5’에 선정된 어스틴 중앙 도서관 https://www.austinnewskorea.com/home/nyuseu/segyeeseo-tab-5-e-seonjeongdoen-eoseutin-jungang-doseogwan

Central Library Design Aims for Adaptability https://www.austinchronicle.com/news/2010-01-08/935755/

Checking Out Austin's New Central Library https://www.austinchronicle.com/arts/2017-10-27/checking-out-austins-new-central-library/


시카고대 도서관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기 전까지는 도서관과 기록관의 차이만 주로 인식하고 있었을 뿐, 서로 다른 문화기관끼리 어떤 공통적인 기능을 갖고, 어떤 서비스와 시스템들을 교류, 도입 할 수 있는지 깊게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는 도서관에 근무하게 된 이유도 있고, 상대적으로 시민들에게 더 친숙하고 방문하기 편리한 공공도서관에 자주 방문하면서 도서관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일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대학도서관과는 달리 공공도서관은 또 다른 분위기를 갖고 있었는데, 어느 도서관이든 사서가 이용자인 나에게 먼저 다가와 필요한 것이 없는지 묻는 배려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덴버공공도서관에서는 무려 1시간 동안 5명의 사서가 먼저 말을 건네왔다.) 규모가 크든 작든 간에 방문한 도서관들은 모두 편안하고 쾌적한 공간을 조성하고 있어 그 안에서 오래 머물고 싶은 인상을 남겨 주었다. 자료를 확보하고 장서를 개발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공적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이 지역 사회에서 맡아야 할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모습에서 선진 도서관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뉴베리 도서관, 시카고의 잃어버린 역사를 재건하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