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보다 좋은 재료
이 영화의 예고편만 따졌을 때는 올해 가장 흥미로울 수 있는 영화였다. 아마 예고편만 봤을 때의 흥미로움만 따지자면, ‘루시’이후로 이렇게 흥미로웠던 영화는 오랜만이었던 것 같다. 영화의 예고편은 단순했다. 영화의 설정을 소개해주었고, 영화의 소재를 맛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예고편은 흥미를 자극했고, 그만큼 소재 자체가 매우 신선했으며, 흥미로웠고, 영화를 기대되도록 만들었다.
1가정 1자녀가 법제화되어 강요되던 시대의 7쌍둥이는 한 명으로 살아가며, 7명이 한 명이 된 척 살아가던 도중 월요일이 사라진다. ‘그로 인해 어떠한 사건이 생길지’가 소재로 유발되는 궁금증의 시작이다. 그 이후로도 7쌍둥이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그들의 존재가 사회에 노출이 되면 어떻게 되는지, 등등 궁금증 투성이로 영화를 보기 시작하게 된다. 이 영화는 이러한 것에 대한 궁금증을 모두 대답하고, 그 대답이 모두 예상했던 대답과 같지는 않아서 초중반이 매우 재미있게 진행된다.
초중반의 재미는 단순히 소재에만 있지 않다. 영화에서 상정하는 사회는 먼 미래. 인구가 매우 늘어나서 인구 수를 줄여야 하는 시대이다. 당연히 기술이 매우 진보하여, 손안에 컴퓨터가 있고, 홀로그램으로 컴퓨팅을 하는 세상이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사회 제도나 전반적인 모습은 7,80년대에 국가보안법으로 죄 없는 학생들을 잡아가던 때랑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이런 모습도 흥미롭게 느껴지며, 소재와 어우러져 영화 초중반의 재미는 충분했다.
그러나 영화가 전개될수록 재미는 점점 떨어진다. 영화 보기 이전의 질문들이 예상하기 어려웠다면, 영화 중간에 전개나 반전 아닌 반전들은 너무 뻔하며, 설정상 허점에 해결되지 않는 의문도 생겨버린다. 초중반까지 얻었던 만족감은 후반으로 가며 줄어든다.(벌어놓은 돈 학기 중에 탕진하는 것처럼 사라짐)
그렇게 만족감이 사라지는 와중에도 눈에 띄는 한 명이 있다. 1인 7역을 소화하는 누미 라파스. 연기력이 1인 7역이 초반에만 유지되는 것도 아니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1인 n 역을 소화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거기에 액션신이 더해져, 이 배우의 연기력에는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의 연기력이 좋다고 영화가 재밌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배우에 대한 감탄이 더해질 뿐 만족도는 꾸준히 감소한다.
결과적으로 훌륭한 요리는 되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재료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맛이 없지는 않았던 영화였다. 영화가 초중반에 관객들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다 해주어, 후반은 액션에 많은 비중을 둔다. 개인적으로 액션을 선호하지 않아, 영화가 후반에 더 힘이 빠지는 것같이 느꼈지만, 액션을 좋아한다면, 후반에 힘이 그렇게 빠지지 않아서 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