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의 토끼
(이 글은 신과 함께 개봉일날 작성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두가 신과 함께를 보지 않는다고 했을 때 나도 안 보겠다고 생각했어야 했다. ‘진 변호사’가 안 나온다는 것을 들었을 때 그 결심을 계속 유지했어야 했다. 하정우와 차태현, 그리고 그 신나 보이는 예고편을 보고 결심을 바꿨던 것이 지금 생각하면 조금 안타깝다.
예고편이 나왔을 때 재밌어 보여서 웹툰 신과 함께를 지우고 새로운 영화를 보는 느낌으로 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으나, 그냥 영화로서도 재미와 감동 모두를 잡지 못한 영화였다. 웹툰을 영화로 만들 때, ‘신과 함께’라는 이름을 사용했을 때는 관객들이 ‘신과 함께’에서 원했던 욕구가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채우기 위해서 많은 관객들이 보러 갔을 것이고, 나 또한 아무리 다른 영화라고 생각하기로 했으나, 웹툰 ‘신과 함께’에서 느낀 그 재미와 유사한 욕구를 느끼기 위해서 ‘신과 함께’를 보려고 했다. 그러나 그러한 욕구는 하나도 충전되지 않은 채 억지로 눈물을 짜내려다 성공하지 못한 것만 보고왔다.
웹툰 ‘신과 함께’의 저승 편의 제일 재미있었던 요소는 ‘진 변호사가 어떻게 각 관문을 헤쳐나가는가’였다. 평범했던 김자홍을 데리고 특별한 결과를 내야 하는 그런 점이 재미있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그러한 점이 하나도 드러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관문은 관문 설명 후에 아무런 재판 없이 건너가고, 저승 자체의 재미의 비중이 매우 적다.
약 3년간 연재하던 긴 웹툰을 한편의 영화에 억지로 담으려 했던 것이 또한안타까웠다. 저승 편은 저승 편의 재미가 이승 편은 이승 편의 재미가 있어서 긴 웹툰에서는 둘 모두를 깊게 다루면서 진행이 가능했으나, 영화에서는그것을 연결하려다 보니 전혀 다른 주제로 영화가 흘러갔다.
그렇게 연결된 영화의 주제는 ‘효’였다. 효라는 주제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관객들 중 누구도 효에 관한 것을 예상, 기대하고 ‘신과 함께’를 보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웹툰의 색깔을 지운 재구성을 의도하였다고 하더라도, 예고편에서조차 효, 감동에 대한 메시지는 보이지 않았다. 즉, ‘이건 A에 대한 건데 어때, 볼래?’라고 해서 보러 갔더니 ‘사실은 전혀 다른 Z야’와 같은 상황인 것이다. 물론 Z가 만족스러울 수도 있으나, 과도한 CG에 조금 억지스러운 연계성(웹툰을 봤다면 더욱 억지스럽게 느껴진다.)은 몰입을 방해하여 Z는 전혀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 만약 내가 효와 가족애에 대한 주제의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었다면, 김세정의 ‘꽃길’을 무한 반복하여 듣거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과 비슷한 영화를 봤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을 기대하고 간 상황도 아니었고, 그런 것을 기대하고 갔더라도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할 내용이었다.
이 영화는 저승 편의 재미, 이승 편의 재미, 그 사이 연계의 재구성을 통한 색다른 재미와 감동까지 3마리의 토끼를 한 번에 잡으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나 ‘3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보다 치열한 고민이 있었어야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