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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옆집 명희이모 Jan 17. 2024

바나나 농장에서 일하다

실내 편

 1월 8일 백패커스 입성과 동시에 바나나 농장 취업도 성공한 명희 이모•••

 다이애나 : 서류 작성하고 내일부터 바나나 농장에 출근해!
 명희 : 오! 정말? 좋아!
 다이애나 : 서류는 내일 농장에 제출하면 돼.
 명희 : 응! 고마워!
1월 9일 새벽 5시 50분


  픽업 차량에 올라탔다. 피곤해 보이는 동료들과 설렘 가득한 명희 이모. 바나나 농장은 딸기 농장과는 다를 거란 예감이 들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거의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랄까.

 바나나 농장으로 향하는 길. 뭔가 바나나 농장으로 팔려나가는 느낌이다.

 농장으로 가는 길은 험하다. 도로 이곳저곳이 다 구멍이 뚫려있다. 그 구멍에 이리 쿵 저리 쿵 빠질 때마다 차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엉덩이도 덜컹거린다.

 자동차로 20분 정도 달려 도착한 [JARA BEND 농장]  도착하자마자 신입 직원들을 위한 안내문을 읽었다. 한.. 15 페이지 정도 된 듯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뱀이 자주 출몰한다는 것이다. 뱀을 마주할 땐 침착할 것.. 공격하지 말 것.. 차분하게 제거할 것.. 하하. 아무튼 그러하다.

 오전 6시 30분에 일이 시작된다. 의자에 앉아서 포장되어 나온 바나나 상자를 바라봤다.

 ‘이제 곧 내가 해야 하겠지?’

 장화를 신었다. 장화 구매는 따로 안 했었는데 농장에서 제공해 줬다. 다행이다. 하마터면 맨발로 일 할 뻔!

 ‘자, 이제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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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나나는 호주 사람들이 즐겨 먹는 과일 중 하나다. 1년 내내 자라는 연중 작물이지만 여름에 비해 겨울에는 적게 재배된다. 1월 현재는 바나나가 가장 많이 재배되고 바쁜 하이 시즌이다.

 보통 일주일에 약 36시간 정도 근무를 하게 된다. 물론 농장마다 근무 시간은 다르다. 36시간이 보장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모든 건 농장주의 마음•••.

 바나나는 따뜻한 지역에서 자란다. 그렇기에 호주에서도 북쪽과 동북쪽에 생산지가 몰려있다. 대표적인 지역으로는 털리, 이니스페일, 마리바, 쿡타운, 다윈, 카드웰이 있다.


 바나나 농장에서의 업무는 크게 쉐드(Shed)와 필드(Field)로 나뉜다. 쉐드는 실내, 필드는 실외라고 생각하면 된다.


 실내에서는 7개의 포지션이 있다.

 행잉(Hanging)

 : 바나나번치를 쇠고리에 연결해서 올린다.

 바나나번치란 바나나가 통째로 있는 것을 말한다. 대충 30kg에서 70kg까지 무게가 나간다고 한다. 이 포지션은 주로 남자가 한다. 행잉머신이 있지만 어떤 농장에서는 직접 손으로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백오프(bag off)

 : 바나나 번치에는 비닐이 씌워져 있다. 이를 벗겨내서 정리를 한다. 비닐봉지는 보통 재사용하기 때문에 잘 정리해야만 한다.


디핸딩(Dehanding)

 : 바나나 번치에서 바나나를 분리한다. 줄기를 자르고 크기 별로 나눈다. 자른 바나나는 물이 담긴 통(?)에 넣어준다. 간단해 보이지만 손목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포지션이라 조심해야 한다.


솔팅(Solting)

 : 통에 담긴 바나나 중에서 상품 가치가 없는 바나나를 분류한다. 상처가 크게 나거나 갈색으로 변한 부분이 보인다면 그것이 바로 상품 가치가 없는 바나나!

 분류한 바나나를 이렇게 올려둔다. 위에 있는 바나나는 작은 바나나이고 밑에는 큰 바나나다. 22cm 이상의 바나나는 큰 바나나로 분류한다. 19cm 이하는 너무 작기 때문에 버리기!


크러스팅 (crusting)

 :  바나나를 일정한 규격으로 잘라주는 작업인데 내가 일하는 농장에서는 디핸딩 작업을 하는 사람이 크러스팅 작업도 한 번에 한다.


팩킹(packing)

 : 바나나를 박스에 포장한다. 크기가 다양한데 내가 일하는 농장에서는 큰 바나나와 중간 바나나만 포장을 한다. 다른 농장에서는 사이즈가 다양할 수도 있다.


스택킹(stacking)

: 팩킹된 바나나에 뚜껑 상자를 덮은 후 차곡 차곡 쌓아 올린다.

 패킹된 바나나에

 뚜껑 상자를 덮은 후

  차곡차곡 쌓아 올리기! 아 참. 뚜껑 상자가 다른 이유는 큰 바나나와 중간 바나나를 나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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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날 솔팅 작업을 맡았다. 단순작업이라 어려울 건 없지만 단순하기 때문에 그만큼 지루하다. 첫날부터 지루함을 느꼈지만 이 지루함도 즐겨봐야지 싶다. 언제 또 이렇게 바나나 농장에서 일해보겠어. 안 그래?

 나중에는 적응되겠지만 솔팅 작업하면서 뱀껍질이 자꾸 손에 걸리는 게 징그럽긴 하다. 뱀이 자주 출몰한다고 하는데 솔팅 작업 하면서는 뱀껍질을 자주 만질 거라고 한다. 뱀껍질이 너무 싫지만 어쩌겠나.. 견뎌내야지!


 평소에 바나나를 싫어하는 사람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바나나에서는.. 구린 냄새가 나. 발냄새 같은•••.”

 저 말을 들었을 땐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바나나를 좋아하거든! 하지만 이곳, 바나나 농장에서는 저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구린내가 진동을 한다. 정말 역한 냄새를 맡게 되었을 때 '으윽 냄새!‘라며 코를 막기 전에 나의 피부를 공격한다. 아무 소리도 낼 수 없다. 소리를 내기도 전에 냄새가 나를 공격하기 때문이다. 이 냄새도 곧 적응되겠지?


 아무튼 이렇게 첫 출근도 완료했다. 앞으로 잘해보자!

쉬는 시간에 찍은 바나나 농장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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