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3 - 새해(2025) 목표가 뭐예요? 음주 시즌2

by 여름이

자, 또다시 새해가 찾아왔어.

‘새해 목표’를 뭐로 하지?

2025년을 맞이하면서 여러 가지 하고 싶은 일들이 있었지만, 꼭 올해에 한정된 것들은 아니었다.

새해 목표라고 말할 수 있을 만한 거로... 고민 끝에 작년에 실패한 목표를 다시 가져가기로 했다.


<음주 시즌2>


처음 음주를 목표로 삼은 이유인 스트레스도 여전했기 때문이다. 그럼, 작년은 왜 실패했을까? 무작정 술을 마시겠다고 선언하고, 주량과는 상관없이 술부터 사재 끼고, 그 소비의 기준도 술병에 동물이 있어서라니. (그런데 유아교육과 학생으로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식물 그림을 찾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아?) 되돌아보면 자기 계발/심리학 콘텐츠 등에서 이야기하는 실패의 조건에 완벽히 부합했다. 일단 목표 자체가 모호했다. 그리고 주량에 비해 사들인 술은 위스키, 진, 보드카 등 독주가 많았고, 와인은 물론 맥주조차 너무 많이 사들였다. ‘어린 애주가’에게는 너무 높은 산이었다. 게다가 회식 때 팀원들의 열정적인 지원을 통제하지도 못했다. 조롱과 응원의 콜라보, 부추김과 ‘짠’에 객기로 화답했다. 잔을 든 손은 떨리고 있었지만 입은 호탕하게 웃으며 술잔을 향했다. 그러다가 과음에 토라도 하게 되면, 그 여파로 한 달이 넘도록 술을 마시는 것이 두려워 맥주 한 캔의 혼술조차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성공하는 목표의 법칙을 되새기며 새해 목표를 합리적으로 구체화했다.

일주일에 맥주 한 캔 정도의 페이스로 음주 생활을 해나가자. 술자리에 참석하면 그 주의 목표는 달성한 것으로. 가능하면 술자리를 피하지 말되 토하게 마시지는 말자. 그렇게 나의 <음주 시즌2>는 시작되었다.


하지만 초반부터 쉽지는 않았다. 연초는 작년 ‘토’의 트라우마가 여전했다. 겨울이 끝나가면서 그 기억에서 벗어날 무렵에는 휴직이라는 별생각이 없었던 암초가 있었다. 혼술을 못 하면 회식으로 만회하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휴직이면 어떻게 술자리를 가질 수 있지? 나름 단순하면서도 정교한 목표를 세웠다고 생각했는데 시작부터 이 모양이라니... 그렇게 <음주 시즌2>는 ‘네 건강을 위해서야, 괜찮아. 괜찮아.’라고 속삭이는 봄날의 따뜻한 위로와 함께 실패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반전은 내가 네 번째로 사랑하는 계절에서 첫 번째로 사랑하는 계절이 된 여름과 함께 찾아왔다. 정말 우연히 시작된 글쓰기 모임 ‘창밖은 여름’. 내가 속한 협회와 관련된 기사를 보기 위해 ‘진실탐사그룹 셜록’에 들어갔다가 후원 회원을 대상으로 글쓰기 모임을 모집하는 게 아닌가. 마침 나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고, 이 매체에 후원 회원이 되는 사람들이라면 안전하다는 믿음도 있었다. 그렇게 충동적으로 후원 회원이 되고 모임에 참여했다. 모임의 목표는 단순했다. 뭔가 배운다기보다 일단 쓰자. 일주일에 에세이 한 편씩 쓰고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 그전부터 쓰려고 했던 소재는 많았기에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쓰려니 쉽게 글이 되지 않았다. 초반에 정 안 써질 때는 짧은 메모 같은 글이라도 써서 마감을 지켰지만 곧 마감을 넘기는 것이 당연해졌다. 그렇게 어찌어찌 꾸역꾸역 글을 쓰고, 함께 모여 글을 쓴 느낌과 멤버들의 글을 본 감상을 나누었다. 그리고 여기서 글쓰기 못지않게 정말 중요했던 것은, 바로 새해 목표를 도와준 뒤풀이! 오프모임은 각자의 집 위치를 고려하여 강남, 강북 한 주씩 번갈아 가며 모였는데, 그 뒤풀이와 모임에 함께하는 분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 난 남북을 가리지 않고 두 탕을 뛰며 *모든 모임과 뒤풀이에 함께했다. 심지어 모임이 끝난 이후에도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모임장인 기자분의 구례 아지트로 MT까지 가서 새벽 4시가 넘도록 여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술자리도 끝까지 함께했다. 그렇게 10주의 모임 기간 동안 매주 음주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가끔씩 혼술도 하면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여름이 끝나고, 글쓰기 모임도 끝난 가을이 되었다. 하지만 연속된 목표 달성에 탄력이 붙은 음주는 쉽게 꺾이지 않았다. 글쓰기 모임 외에도 이런저런 프로그램이나 모임에 참여했었는데 그중 민우회나 인권영화제 소모임을 통해 뒤풀이가 있는 날이면 반드시 참여하며 음주를 이어 나갔다. 글쓰기 모임과 함께 시작된 음주의 연속된 성공으로 새해 목표를 향한 의지를 불태울 수 있었고, 가끔은 주간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성공체험을 통해서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이 생겼다. 음주를 할 수 있다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갔다.


이 모든 것이 운명인 것일까? 순리처럼 진행되던 음주에 공백이 생길 위험의 주가 있었다. 하지만 운명 같은 우연은 북토크를 통해서도 음주를 도왔다.


왠지 몸이 지친다는 느낌이 들면서 이제 좀 일정들을 더 이상 만들지 말아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던 때였다. 다음 달 유치원 실습도 앞두고 있으니 준비도 해야 하니까. 그러나 막상 일정이 취소되어 평일 저녁에 시간이 비는 날이 생기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북토크를 먼저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알고리즘이나 알림이 보여주는 정보에 의존했다면 이젠 스스로 찾으려 하면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잠깐 북토크 정보를 둘러보다가 눈에 확 들어오는 책 제목이 있었다. <술꾼도시여자의 주류생활>! 게다가 생맥주 북토크라니. 이건 정말 지나칠 수 없는 조합이었다. 마감될 세라 ‘바로구매’ 버튼을 클릭했다. 북토크 당일 행사가 열리는 장소는 저자 미깡님의 단골 호프집. 생맥주와 함께한다고 했지만 500ml 한 잔에 간단한 안주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정식 메뉴와 함께 생맥주도 원하는 대로 마실 수 있는 것 아닌가! 미깡님은 준비된 자리에 혼자만 앉아서 이야기하는 것도 그렇다며, 참석자들 앞에 서서 이야기를 간단히 하고는 테이블을 옮겨가며 함께 술을 마시면서 행사를 진행했다. 나의 새해 목표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며 술잔을 부딪치고 음주를 응원하는 사인도 해주셨다!


술꾼도시여자의 주류생활_미깡_사인(여름이).png <술꾼도시여자의 주류 생활> 미깡님의 북토크에서...


이번 주에도 난 ‘책읽는고양이’ 북토크에 가서 커피나 차가 아닌 맥주를 선택할 거다. 게다가 토요일엔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하시는 친한 선생님을 만나 행진이 끝나면 선생님이 좋아하시는 막걸리를 한 잔 할지도 모르지. 이번 주도 나에게 ‘참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줄 수 있는 거다. 게다가 재판을 마치고 돌아오는 고속버스 안에서는 술구매앱의 알림에 뜬, 지난번에는 꾹 참고 지나친 맥주세트를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질렀다. 물론 이 글을 생각하면서 오느라 더 과감했던 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혼술을 위한 술이 또 더해졌다. 이젠 정말 어쩔 수가 없다. 난 술을 마셔야 한다.


꾸준히, 지치지 않고.




*사실 쓰고나서 다시 캘린더앱의 일정을 돌아보니 모두는 아니었다. 기억의 조작. 하지만 그 날도 ‘책읽는고양이’ 북토크에 참석해 맥주를 마셨기 때문에 목표는 달성했다. 이 글을 빌어 뒤풀이를 적극 추진해주신 '창밖은여름' 멤버분들께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PS. 2026년 새해 목표에 '음주'를 또 추가했다. 아직 나의 갈 길이 멀기에...

음주 시즌3

To Be Continued...




@어딘글방 ('25 9/25)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제주도는 떡볶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