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기도하는 작은 구름

우리 집에서의 마지막 밤

by kami

다음 날 아침, 집 안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우리는 오늘이 마지막 하루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는 마음이 벽과 바닥, 공기 사이에 얇게 깔려 있었다.


내 배는 여전히 둥글었다. 그 안에는 온동이가 있었다. 숨을 멈춘 아이가 살아 있는 몸 안에 있다는 것. 이상한 실감이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다가왔다. 두려움이라 부르기도, 슬픔이라 부르기도 어려운 감정. 그저 현실이 낯설었다.


해가 기울 무렵, 나는 문득 온유를 떠올렸다. 온유에게 밥을 줘야 한다. 거실로 나가니 남편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내가 방에서 나오자 조심스럽게 물었다.
“밥 먹을래?”
“온유 저녁 줘야 해.”
그 말을 듣고 온유가 방에서 나왔다.


“엄마… 미안한데, 나 배고파.”

남편이 조용히 부엌으로 향했다. 나는 식탁에 앉아 온유가 밥을 먹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숟가락이 그릇에 닿는 소리가 아주 작게 울렸다. 온유는 천천히 씹고 있었다. 밥알이 입 안에서 부서지는 리듬이 일정했다.


우리는 그 모습을 오래 바라보았다. 살아 있는 사람의 속도였다. 남편은 내게도 식사를 권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엄마 눈이 너무 붓고 떠지지 않는다며 거울을 보라고 하는 온유의 말도 그저 듣기만 했다.


내 마음은 조용히 깨닫고 있었다. 이 하루는 울음으로만 채워지면 안 된다. 온동이가 우리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사랑으로 남아야 한다고. 잠자리에 돌아가려는데 온유가 말했다.
“엄마, 오늘은 엄마 옆에서 잘래.”


샤워를 마친 온유가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조심스럽게 이불 속으로 들어와 내 몸을 안았다. 그 순간, 눌러두었던 울음이 다시 올라왔다.


내 울음소리를 들은 남편도 방으로 들어와 우리를 감싸 안았다.우리는 셋이 같은 방향을 보고 누웠다. 눈을 감아도 밤은 깊어지지 않았다. 시간은 멈춰 있는 것 같았다. 움직이지 않는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온도를 느끼고 있었다. “오늘은… 그냥 울어도 되는 날로 하자.”


남편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임신 소식을 듣고 바로 축하하지 못했던 순간들. 마음이 따라오지 못해 멈춰 있었던 자신. 그 말들은 조심스럽고, 느리고, 맨 앞에서 떨리고 있었다.


온유도 온동이가 남자아이일 줄 알았던 적이 있었다고, 그래서 잠깐 서운했던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온동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온동이 소식을 처음 알게 된 1월로 돌아가, 하나하나 소중하게.


내가 가장 먼저 전화를 걸었던 사람, 그날 내가 어떤 목소리로 웃었는지, 온동이를 품고 있다는 사실이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기쁨이었다는 것.


작은 옷가게에서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혼자 접어 들고 나왔던 온동이의 첫 옷 이야기.아직은 너무 작아서 손바닥 위에 포개지던 그 천의 감촉.십 년 만에 임신을 했다며 축하해주던 친구들, 한국에서 용돈을 보내주신 분들..


그날 우리는 세상의 속도를 잠깐 멈추고 온동이의 이야기를 조금 더 길게 했다.우리는 그 모든 장면을 조심스럽고 천천히, 흐르지 않는 시간 속에 한 장씩 놓았다.그건 추억을 들춘 것이 아니라, 아기에게 건네는 인사였다.축복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의 이름.


나는 그 밤 내내 한 가지 마음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온동아. 너는 이미 사랑받은 아이였어.집에서 함께하는 마지막 밤이 사랑으로 남기를 바랐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해가 떠오르려는 무렵, 잠들지 못했던 남편이 나를 깨웠다.


“여보, 저기 좀 봐. 저 구름… 기도하는 사람 같지 않아?”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창밖에 작은 구름 하나가 떠 있었다.두 손을 모은 사람의 모양. 그 손 위에 아주 작은 무언가가 놓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남편이 말했다. “저기… 온동이가 있는 것 같아.”


온동이가 어젯밤에 우리들 이야기에 대해 답장을 해준 것 같았다. 그 밤에 우리가 건넸던 말들이 어딘가에 닿아 조용히 돌아온 것처럼.그저 바라보았다. 구름은 인사하듯 천천히 흩어졌다.남편과 함께 손을 모았다.


잘 가, 사랑하는 아가야.여기까지 함께 와줘서 고마워.


그 새벽의 숨결은 지금도 내 안에 머물러 있다.그날의 밤은 끝나지 않았다.나는 지금도 조용히 너를 부른다.

그리고 그 부름은, 여전히 사랑이다.

1762873072811.jpg 조용히 바라보았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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