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검진일
온동이는 복덩이였다. 임신 소식을 알리고 나서부터 좋은 일들이 연달아 찾아왔다. 남편의 월급은 앞자리가 바뀌었고, 회사에서는 축하한다며 회사 명의로 더 넓은 아파트를 마련해 주겠다고 했다.
그 무렵 우리는 온동이를 자연스럽게 복덩이라고 불렀다. 소식이 퍼지자 여러 곳에서 축하가 이어졌다. 휴대폰 알림이 하루에도 몇 번씩 울렸다.
우리는 우리가 더 넓은 삶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었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새 아파트 단지들을 둘러보았다. 온동이와 함께 살 집, 온유 언니와 다닐 새 학교도 조심스레 그려가던 시기였다.
그날은 남편이 우리가 눈여겨보던 새 집을 계약하기로 한 날이었다. 정기 진료가 있던 날이기도 했다. 원래는 셋이서 가려 했지만 남편은 회사 일로 병원에 오지 못했다. 진료를 마치면 함께 만나기로 했다.
그날따라 나는 이상하게 온유를 병원에 데려가고 싶었다. 온유는 귀찮아하면서도, 새 집에서 자기 방을 다시 꾸밀 수 있다는 말에 마지못해 따라나섰다. 첫 진료 이후 온유가 함께 가는 건 처음이었다.
대기실에서 나는 온유에게 오늘은 동영상으로 동생 모습을 잘 찍어야 한다며 몇 번이고 설명했다. 초음파 화면 속 온동이를 보고 온유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조용히 기대하고 있었다. 잠시 후 내 이름이 불렸다.
로버트 박사님은 늘 그렇듯 밝은 얼굴로 컨디션을 물었다. 오늘은 온유가 초음파를 촬영할 거라고 말하자 박사님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계가 내 배 위에 닿자마자, 박사님의 표정이 굳어졌다. 간호사도 움직이지 않았다. 정지 화면처럼, 방 안의 공기까지 멈춘 것 같았다.
나도 화면을 바라보았다. 지난달과 확연히 달랐다.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옆에 서 있던 온유는 내가 촬영하라고 쥐여준 휴대폰을 천천히 내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박사님이 조용히 말했다.
“정말 미안하지만… 아기 심장은 아마 3주 전에 멈춘 것 같습니다.”
나는 다시 확인해 달라는 말도, 아니라고 말하는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간호사가 커다란 티슈 곽을 통째로 내 앞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내 손을 잡아주었다. 이건 꿈일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조용히 베드에서 내려왔다.
박사님은 가능한 한 빨리 유도 분만을 해야 한다고 했다. 바로 입원해도 된다고. 더 늦으면 내가 위험할 거라고 말했다.
그때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갑자기 쏟아진 비 때문에 계약 시간에 맞출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계약하지 말라고 말했다. 남편은 영문을 모른 채 지금 병원에 있는 거냐고, 온동이가 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핸드폰을 스피커폰으로 변경한 후 박사님에게 대신 상황을 설명해 달라고 눈빛을 보냈다. 박사님이 남편에게 영어로 설명했다. 남편은 영어에 능숙했다. 그런데 그 순간만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이해가 안 된다”는 말만 반복했다.
박사님은 다시 인도네시아어로 설명했다. 남편은 또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잘 들리지 않는다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결국 박사님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우리 앞에서 “이제는 온동이를 만날 수 없다”고 천천히 말했다. 수화기 너머로 남편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나는 조용히 전화를 받아 말했다.
“여보… 우리 어떡하지. 빨리 여기로 와.”
병원 로비로 내려오는 길, 온유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온유의 손만 꼭 붙들고 겨우 진료실을 나왔다.
얼마나 지났을까. 남편이 병원 로비로 들어왔다. 얼굴을 보는 순간, 눌러두던 울음이 새어 나왔다. 온유도 고개를 조용히 떨구었다. 남편은 말없이 우리를 끌어안았다. 눈이 빨갛게 부어 있었지만 침착하게 수납을 마친 그는 우리를 조심스럽게 차에 태웠다. 차 안에서는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아파트 로비에 도착해 내리는데, 앞에서 먼저 내린 차에서 막 태어난 듯 보이는 아기를 안은 부부가 걸어 나왔다. 새로 태어난 생명은 부드러운 담요에 감싸여 있었다. 남편이 내 손을 다시 꽉 잡았다. 나는 그 손을 빼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정수기 앞에서 물 한 컵을 따르려다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정수기 물이 바닥으로 계속 흘러내렸다. 그제야 나는 소리 내어 온동이의 이름을 불렀다. 남편과 온유가 동시에 나를 감싸 안았다. 우리는 그 자리에 오래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