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우리 아기가 살았나요?

수술 중 눈을 뜨다.

by kami

연분홍 바탕에 벚꽃 자수가 촘촘히 놓인 환자복을 입고 있었다.
앞섶을 겹쳐 여미고, 허리끈으로 묶은 가운 같은 디자인이었다. 산부인과 환자복이 이렇게 화려한 건, 아기를 맞는 기쁨을 담고 있어서겠지. 주인공이 된 듯 했지만, 내가 서 있는 무대는 축하가 아니라 작별의 자리였다.

토요일 정기검진에서 의사의 입술이 느리게 움직였다.
“아이가… 이미 삼 주 전에 심장이 멈췄어요.”
바로 입원해 유도분만을 하자는 권유를 거절했다. 아직은 헤어질 준비가 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우리 집에서 보내는 온동이와의 마지막 시간이었다.온유와 남편을 불렀다. 숨어서 따로 울지 말고, 다 같이 모여서 크게 울자고 했다.

각자가 기억하는 온동이의 처음을 나누었다. 서로 놓친 기억은 없는지 샅샅이 더듬었다. 주로 내가 말했고, 남편과 온유는 조용히 듣는 쪽이었다.

월요일, 다시 병원에 왔다. 스스로 심장이 멈춘 아기를 유도분만으로 낳아야 한다는 말 앞에서 숨이 막혔다. 의사는 제왕절개를 하면 회복이 오래 걸린다며 몇 번이나 설득했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그 말이 진심이라면, 제발 수술 받게 해달라고

화요일 오전, 수술을 앞두고 혈압이 치솟았다. 약을 먹어도, 주사를 맞아도 내려가지 않았다.내 몸이 아직 이별을 받아들이지 않는 듯했다.예정된 시간을 지나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침대에 누운 채 하얀 복도를 지나 수술실로 들어갔다.

초록 수술복 사이에서 잠시 내 연분홍 옷이 유난히 밝았다. 곧 그 옷을 벗고 하얀색 수술복으로 갈아입었다. 밝지만, 결코 환영받지 못한 빛이었다.

마취가 몸을 잠식해 가던 중, 어디선가 부드러운 물음이 스쳤다.
“춥지 않으세요?”
그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아기 울음이 들려왔다. 처음엔 먼 곳에서 들리더니 이내 바로 곁에서.

온몸이 깨어났다.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믿었다. 온동이가 살아 있다고. 로버트 박사의 오진이라면, 용서할 수도 있다고. 다시 온동이 엄마가 될 수 있다고. 그렇게 믿는 동안은 아프지도, 두렵지도 않았다. 슬며시 눈을 떴다.

의사의 눈빛이 나를 붙잡았다. 토요일, 마지막 검진 때와 똑같았다. 아주 느리게 고개를 저었다. 그 작은 움직임이 공기 속으로 퍼져, 가슴 깊숙이 내려앉았다.
그제야 알았다. 그 울음은 온동이의 것이 아니었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중에 남편에게 들으니, 어느 인도네시아 산모와 같은 시간대에 수술실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 산모의 남편과 같은 의자에서, 각자의 아내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병실로 돌아왔을 때, 나는 신생아실 바로 앞에 있었다. 특실이라더니, 아기를 먼저 보내야 했던 산모를 위한 방은 따로 없었다. 침대에 누워 창밖으로 고가를 지나가는 전철을 바라봤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저 고가를 십 년 넘게 지나다녔는데, 창문 밖 풍경이 낯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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