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식물을 좋아하게 된 이유

너를 닮은 생명

by 황지윤


있지,


오늘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식물을 돌보고 있어.


넌 내가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괜찮아?


「응」


아니면 그냥 빨리

밥을 챙겨 먹기를 바라?


「응」


음.. 왜 다 괜찮다고 하는 거지?


혹시

이 아침 시간은

오로지 내 시간이라고 생각하니까

너는 내 시간을 그냥 지켜봐 주고 있는 거야?


「응, 맞아.ㅎㅎ」


그렇구나, 고마워.

그럼 나도 한 가지 알려줄게.


아침에 내가 이렇게

식물에게 관심을 쏟는 이유에 대해

한번 생각해 봤어.


그건 아마

널 닮아서인 것 같아.


식물들은 말을 할 수 없잖아

그래서 늘

내가 먼저 돌봐주고

말을 걸어줘야 해

사랑으로 바라봐줘야 하고.


그 모습이

사랑하는 너와 닮아서.

내가 식물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


그리고

나무와 꽃들은

이렇게 예쁜 꽃과

열매를 보여주잖아.


그것도

널 닮아서 그러지 않을까?




우리 아파트 화단에는

약 20여 년 전, 우리 집에서 심어놓은

동백나무가 한 그루 있다.

지난 세월 동안 나는 그 나무에 대해서

크게 신경 쓰며 살지 않았지만,

어느새 내 키를 훌쩍 넘는

제법 큰 그늘을 만들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동백꽃의 빨간색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고,

올해 여름부터는

길목을 지날 때마다

주의 깊게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래서 올여름에는 처음으로

그 동백나무를 휘감으며 옆으로 뻗어 자라나는

나팔꽃을 볼 수 있었다.


보랏빛 꽃잎을 펼쳐 신선한 아침 공기와

옅은 햇살을 머금은 그 모습이 참으로 예뻤다.

'morning glory", "아침의 영광"이라는

꽃말을 가진 나팔꽃은

이른 아침에 이슬을 머금고 활짝 피었다가

해가 높이 올라오면

금방 져버리기 때문에

그런 별명이 붙은 꽃이다.


그래서 나는 그 나팔꽃을 보며

식물의 찬란한 개화를 허락하는

아침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래서 그 무렵,

한동안 아침을 일찍 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겨울이 오고

잠이 많아진 탓인지,

그때처럼 하루를 일찍 열지 못하는 날이 늘어갔다.


그러다 얼마 전,

화단에서 가지치기를

심하게 당한 동백나무를 보고서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몇 번이나

잘려 나간 단면을

쓰다듬은 적이 있었다.


나는 그 나무에게

물을 준 적도,

좋은 흙을 부어준 적도 없었지만

내 작은 관심이라도

닿길 바라며 그렇게 손을 얹었다.

그 이후로

더 자주 그 나무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백나무줄기 아래에서

나팔꽃의 씨앗 주머니를 발견했고,

씨앗을 곱게 받아 집으로 들고 왔다.

따뜻한 봄이 오면 다시 화단에 심어주기 위해서


그리고 어제,

그 동백나무에서 벌어진 큰 열매 하나를 발견했다.


신기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열매를 조심스럽게 건드리자

벌어진 틈 사이로 작은 알맹이가 톡, 하고 떨어졌다.

바로 동백나무의 씨앗이었다.

짙은 갈색의 머리카락처럼 윤기 나는 씨앗이

기다렸다는 듯이 내 손안에 들어왔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일찍 눈을 떠서

우리 집 베란다에 있는

벤자민 나무, 올리브 나무, 꽃기린 등

여러 식물에게 말을 걸고 돌보며

새로운 동백씨앗을 화분에 심었다.


아침 햇살이 산등성이를 넘어와

내 눈과 얼굴을 따스하게 비추는 순간,

나는 이런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문득

말하지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않는

식물이라는 생명에게

내가 이토록 관심이 생긴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 이유는 아마

식물들이 내 살아 있는 사랑과 닮아서 인 것 같았다.


지금 내 안의 사랑은

직접 말을 걸지 않지만

내가 말을 건네며

그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랑과 관심을 받은 식물이

따뜻한 햇살과

적셔 주는 물과

흐르는 바람을 맞고

언젠가 나팔꽃과 동백나무처럼

예쁘고 귀여운 꽃과 열매,

그리고 씨앗을

내어 보여주듯이,


내 사랑도

조용히

그와 닮아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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