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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악어 여경 Aug 21. 2021

[쉬어 가는 코너] Q. 공무원과 공기업 어디가 좋았어

지방 공무원에게 워라밸이란?!

나의 스토리 <다시 공기업에 도전한 이유 >를 올리기 전, 쉬어가는 코너로 공무원과 공기업(공공기관 포함)의 장단점 특집을 넣어보려 한다.


 


오늘은 1편 워라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내겐 공기업(공공기관) 승!       


이 글은 지극히 내 경험에 한정되어 있기에 모든 공무원과 공기업을 대변할 수 없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공무원이나 공기업 어느 한쪽을 비하할 의도는 없다. 단지 취업준비를 하면서 고민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나는 정보 부족으로 일일이 뛰어들어봐야 했지만 수험기간이 길면 그만큼 건강도 상하고 시간 낭비를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주변에 공무원과 공기업 친구들의 경험들도 듣고 취합해서 적어보기로 한다.)     



미리 밝혀둘 두 가지!

첫째. 나는 지방직 9급으로 시작했다. 3년 차에 관뒀다.

뭘 이리 구체적으로 말하냐고? 공무원도 시작이 5급이냐 7급이냐에 따라, 국가직이냐 지방직이냐에 따라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공기업이나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내가 다니는 직장을 밝힐 순 없어 두루뭉술하게 ‘공기업(공공기관)’이라고 적을 수밖에 없지만, 워낙 종류가 많고 순위에 예민한 분들도 있으니 나중에 기회가 되면 좀 더 구체적으로 밝혀보겠다.

   

둘째 나는 MBTI로 말하자면 ENFP다(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안정보다는 ‘변화’를 추구하고 월급보다 ‘조직문화’가 중요하고, 승진보다 ‘내 인생의 성장과 발전’이 중요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왜 처음에 공무원을 준비했냐고? 지금 코로나19가 터진 이후 공무원 수험생이 압도적으로 늘어난 것과 비슷한 이유다. 당시 내가 다니던 회사가 쫄딱 망했고 돈이 떨어져 가는 내게, 사회의 냉엄한 현실에 떨고 있던 내게, 달리 선택이 없었다.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국가를 위해 일하려는 사람이라면 전작 <사 표 내고 도망친 스물아홉 살 공무원> 책에 이어 브런치에 쓰고 있는 글들이 좀 더 마음에 닿지 않을까 싶다.           


<출처: 진로 아름 블로그>


자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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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밝혔듯 워라밸 면에서는 공기업(공공기관) 쪽에 손을 들고 싶다.

쉴 때 쉬고 일할 때 일할 수 있다. 주말과 공휴일 보장된다.

“무슨 헛소리야? 지방직 공무원은 워라밸이 보장 안 돼?” 

안타깝게도 나는 공무원 수험생일 때 근거 없는 공무원 워라밸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고 그걸 그대로 믿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허상이었다.




       

나는 지방 공무원일 때,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건 꿈도 꾸지 못했다. 주말에 출근하지 않는 날이 손에 꼽았다. 그렇다. 의아한 사람도 있을 거다. 물론 난 9급이었고 신입이었기에 업무가 익숙하지 않은 점도 있었고 직장 인간관계를 중시해서 눈치 보는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조직 분위기도 한몫했다. 내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현재 직장도 나는 ‘경력직이 아닌 신입’으로 시작했기에 쭈구리(?) 막내 입장인 것은 똑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직이 유도하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볼까.      


공무원일 땐 추석이나 설날 등 긴 연휴가 있으면 하루는 꼭 당직이 끼어있었다. 주말도 예외는 아니었다. 또한 지방공무원이었기에 지역에서 발생하는 각종 행사가 주말이나 저녁에 있다면 내가 어떤 직렬이냐에 상관없이 참여해야 했다.(필요하면 새벽에도 나왔다. 겨울에 눈 치우고 조류독감 나면 초소 근무하는 건 기본이고. 참고로 나는 축산직이 아니다.) 심지어 축제 때는 서빙도 한다. 게다가 공무원은 월급 자체가 적기에 시간 외 근무수당을 받기 위해 야근을 하거나 주말에 나와 일하고 지문을 찍는다. 나는 이것이 고통스러웠지만 그렇다고 시간 외 근무 시간을 채우지 않으면 너무 적은 월급이라 방법이 없었다. 그때의 나는 참 많이 지쳐있었나 보다. p.s. 이제는 7급을 단 당시 공무원 동기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후 젊은 직원들이 많아지며 분위기가 많이 바뀌는 추세라고 하니 참 기쁜 일이다. 하지만 아마 나는 7급까지 승진하기 전에 우울증으로 아팠을지도.... 음....   

--- 사실 20대의 나는 공무원만 합격하면 꽃길을 걸을 거란 환상이 너무 컸고 다른 기업들의 현실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기에 공무원이 엄청 좋은 직장이라고 느끼지는 못했다. 지금은 가정이 있기에 다시 돌아가면 아마 그때처럼 호기롭게 쉽게 관두진 못했으려나. 역시 젊음은 무모하고 용감하다고 하던가. 헤헤.





     

자 그렇다면 현 직장은 어떨까.


주말이나 공휴일은 무조건 쉬고(전 직원 해당) 평일엔 내가 특별히 일이 있지 않으면 6시 퇴근한다. 선배들부터가 일찍 퇴근하는 분위기기 때문에 팀장님이 가셨나 안 가셨나 눈치 보느라 억지로 남아있지 않아도 된다. 자기 할 일만 잘 끝내면 선배들이 있어도 자유롭게 퇴근하는 분위기며 오히려 팀장님들이 일 없으면 먼저 가라고 하는 분위기다. 말 그대로 본인 일을 제대로 끝내면 되는 거다. 물론 기본적인 사회생활의 눈치는 챙겨야 하고 팀원들 업무가 많으면 돕는 건 기본. 그건 직장생활의 기본 예의니까. 하지만 현재는 딱딱하고 숨 막히는(?) 조직문화에서 오는 압박과 상사들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적은 편이다.

            

 게다가 업무 양도 다르다. 공무원일 때는 내 책임 업무에 대한 전화와 민원은 모두 내가 받아야 했다. 그러다 보니 민원인들이 몰려오고 전화는 계속 오고 그러면 정작 나의 고유업무를 할 시간이 없어 저녁에 남아서 해야 했다. 어디 그뿐인가. 점심시간에도 전화가 와도 받아야 했기에 점심시간을 정확히 한 시간 모두 보장받아 본 적이 별로 없다.(아마 이건 내가 9급이었기 때문에 그랬을지 모르지만 내 옆자리의 7급 언니도 크게 상황이 다르진 않았다. 공무원은 민원인에게 절대 봉사하는 사람들이란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그런 걸까.)

        

내가 이직 후에 가장 충격을 받은 건 고객센터가 있다는 점과 점심시간 1시간을 온전히 쉴 수 있다는 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 업무가 덜어지느냐. 그건 절대 아니다. 전화 많이 오고 할 일도 많다. 하지만 중요한 건 모든 총알받이를 담당자 혼자 감내해야 하는 공무원 시절보다, 고유 업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생긴다는 점. 너무 감사한 일이다. 적어도 야근이 아니라 업무 시간에 고유 업무를 볼 수 있는 짬은 나서, 신입이라 엄청 바쁜데도 불구하고 주말에는 한 번도 출근해본 적이 없다. 야근도 손에 꼽았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런 것이고 야근이나 회식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 코로나 전에도 회식은 주로 점심에 했다. 내가 야근을 했던 건 내가 아직 신입이라 업무를 익히지 못했기에 혹은 가끔 제대로 처리를 못한 일로 자발적으로 남을 때였다.

     

이전에 각종 민원 때문에 너무 시달려 힘들었던 내게 ‘말도 못 할 정도’로 업무가 많이 배정되던 공무원 때보다는, 합리적인 업무 배분이 되어 있는 현 직장이 좋다. (물론 이건 어느 직장이고 부서 바이 부서이다. 행정지원팀이나 기획팀 쪽에 가면 야근을 많이 해야 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나는 전반적인 분위기를 말한 것이다. 지금 다니고 있는 곳이라 좀 더 애정이 섞여있어 객관성을 잃은 점도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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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지방공무원일 때 더 좋았던 점은 집 근처 지역을 평생 근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건 예상보다 더 어마어마한 초 강점이다. 현 직장은 전국에 지사가 있어서 내가 어디로 갈지 쉽게 예측이 어렵다. 물론 직원들의 생활근거지를 최대한 배려해주긴 하지만 애초에 알고 지원했기에 거부할 수는 없다. 나는 첫 발령지가, 내가 한 번도 살아보지 않았던 곳이어서 사택에 살게 되었다. 미친 듯이 외롭고 적응이 쉽지 않았다. 동기는 영화에서나 들어 본 오지로 발령이 났다. 근무 중에 한 번 이상은 본사로 발령이 나기도 할 텐데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본사들이 죄다 지방으로 분산되다 보니 낯선 곳으로 근무를 가야 하기도 한다. 특히 결혼하고 자녀가 있는 직원들은 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서울에 평생 살던 친구들은 지방으로 오는 게 싫어서, 서울에만 있는 지역 공공기관에만 지원하기도 한다는데 실제로 겪어보니 이해가 된다. 타지 생활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나 역시 지원할 때는 언제나 ‘묻지 마 지원’을 했지만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전에 내 성향을 좀 더 잘 파악한다면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쉽게 관두는 일이 적어질 거라 본다.




개인의 경험에 의한 주관적인 의견임을 다시 한번 밝힙니다. 이런 의견도 있구나 정도로 봐주세요

(개인상담은 댓글이 아닌 이메일이나 디엠으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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