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망하지 않았다
상담일지 Episode 4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선생님, 저는 그 사람만 생각나요.
다른 사람을 소개받아도... 아무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요.”
30대 후반, 매력적인 인상이었지만 눈동자엔 깊은 피로와 슬픔이 묻어 있었다.
그녀는 이혼녀였고, 생계를 위해 보험, 딜러, 강사 일까지 닥치는 대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사람.
그는 중견기업의 대표였고 유부남이었다.
“그 사람은 너무 달랐어요.
리더십 있고, 유머 있고, 능력 있고, 말도 잘하고...
그 풍족한 모습에 더 끌렸나 봐요."
죽을 만큼 사랑했어요. "
제가 그동안 만나왔던 남자들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의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그녀의 말 끝에는 묘한 허탈함이 함께 따라왔다.
그녀는 이전 남자에게 카드값을 떠안고, 협박을 당하고, 폭력까지 겪었다.
그 상처 위에 기대고 싶었던 사람이 바로 그 ‘유부남’이었다 한다.
“그 사람은 조금 도와주긴 했지만... 전 늘 더 원했던 것 같아요.
" 연락이 끊기면 견딜 수 없었어요. 숨이 막히고, 어지럽고,
무슨 정신으로 하루가 가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무서웠어요! 그 사람이 화를 낼까 봐. 그 사람이 나를 안 본다고 할까 봐.
그 사람이 나를 차단할까 봐 무서웠어요. "
여자는 눈물을 터뜨렸다.
그녀는 그의 연락 한 통에 살고, 연락이 닿지 않으면 며칠을 시체처럼 살았다 한다.
그녀는 항상 열흘이 흐르기만을 기다렸다 한다.
그에게서 혼이 나고 연락이 끊어지면, 10일을 기다렸다가.
그녀가 다시 연락해서는 매달려야만 했다고 한다.
주위에서는 말들이 많았어요.
"아니 세상에 여자 망신은 네가 다 시킨다고."
"여자가 사랑을 받아야지. 매달리기만 하냐고"
그렇게 그녀는 병들어 가고 있었다.
어느 날 그에게서 이별을 통보받았을 때,
어느 날 그녀는 수면제를 넘기고 말았다.
“정말... 죽고 싶었어요. 아니, 죽고 싶다는 생각밖엔 없었어요.
죽으면. 이렇게 아픈 마음도 못 느낄 테고,
그리워서 심장이 타지도 않을 거잖아요.
그 사람이... 날 끝낸다는 느낌이었거든요.”
다시 살아난 그녀는 도시를 떠나 시골에 가 있었다 한다.
지금은 잊었지만, 가끔 생각은 나요.
내 젊은 날이 그렇게 갔네요. "
그리고 말한다.
“다시는 유부남은 만나지 않을 거예요.”
그 말을 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단호했다.
우리는 때로, 상처 난 마음을 또 다른 상처 위에 얹고 사랑이라 착각하곤 합니다.
그녀가 진심으로 바란 건, 사랑이 아니라 보호받고 싶다는 감정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사랑은 기대는 것이기도 하지만, 기대기 위해선 바닥이 단단해야 합니다.
흙탕물 위에 지은 탑은 쉽게 무너집니다.
이제 그녀는 탑이 아닌, 자신의 단단한 기반을 다시 쌓고 있는 중입니다.
그 과정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그녀는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된 상담 사례를 각색한 픽션입니다.
다음 화에서 우리는 또 한 명의 삶을 만나게 됩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있다면,
그건 이미 절반의 치유가 시작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