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망하지 않았다.
상담일지 #005
내담자: 40대 중반 여성 / 직업: 필라테스강사
“선생님, 그 사람만 생각하면… 그냥 눈물이 나요.
연락 한 번 없는데, 왜 저는 계속 생각나는 걸까요?”
조용한 음성에 울컥 올라오는 감정이 묻어났습니다.
그녀는 평범한 직장인이었고, 미혼이었습니다.
한때 유부남과의 깊은 관계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게 사랑이었는지, 아니면 의지였는지—그녀도 알지 못했죠.
“그때는 제가 너무 힘들었거든요.
돈도 없고, 결혼도 못하고, 인생도 엉망이고…
그 사람은 뭐든 다 가진 사람이었어요.
능력도, 여유도, 말솜씨도.”
그녀는 그를 ‘구원자’처럼 느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구원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그 관계는 늘 숨어야 했고,
그녀의 마음은 점점 깎여 나갔습니다.
“어느 날은 전화를 피하더라고요.
그래서 잠시 기다렸어요. 일주일 열흘 20일 기다려도 오지 않았어요.
전화를 했는데, 차단이 되어 연결이 안 되고 있었어요.
직장 동료의 전화를 빌려. 연락을 했어요.
제가 뭘 잘못했는지 몰라서, 그냥 ‘미안해요’ ‘미안해요’라고 했어요.”
내가 잘못한 건 그를 너무 사랑한 거.. 그거.
상대방이 그러더군요.
"좋아해도 적당히 좋아해야지, 너무 지겨워. 네가 너무 싫어. 네가 아주 싫어."
가슴에 대못이 박히고 있었어요.
너무 아픈데,
그 차가운 목소리조차도 저는 듣고 싶었던 거예요
그 이야기를 듣는데, 재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 여자 얼마나 아팠을까! 1,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감정이 전이되어
제가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사랑은 자존심을 깎고, 기다림은 사람을 병들게 하기도 하죠.
“그분이 떠난 게 아니라,
그분이 주지 못한 사랑이 이제야 떠나간 거예요.”
그녀는 혼자가 된 지금도 그 남자의 흔적을 지우지 못합니다.
자존감은 바닥이고, 그때의 슬픔은 아직 현재형입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이제 유부남은 절대 안 만날 거예요.
근데 왜 아직도 그 사람 생각이 날까요?”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런 질문을 받으면 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당신은 사랑받고 싶었던 거예요.
그리고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못했던 시절,
그 사람은 마음을 붙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처럼 느껴졌던 거죠.”
그건 약함이 아닙니다.
그건 인간의 본능입니다.
자신을 사랑해 줄 단 한 사람을 찾고 싶었던 마음.
그 간절한 마음이 당신을 붙잡고 있었던 거예요.
그때를 후회하지 말고, 나의 외로움을 이해해 주세요.
당신이 누구보다 외로웠다는 것을, 먼저 인정해야 해요.
사랑이 아닌 의존이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세요.
마음이 외로울수록 우리는 쉽게 착각합니다.
'나를 위로해 준 사람 = 나를 사랑한 사람'은 아닐 수 있어요.
지금부터의 삶은 '나를 사랑하는 연습'이에요.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게 의지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상담자의 한 마디
“당신은 삶은 아직 망하지 않았어요.
지금도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그리고 당신은... 다시 사랑할 수 있어요.
이번엔 ‘나를 망치지 않는 사랑’을 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