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았다.
상담실 기록
오늘 상담실 문을 연 것은 스물한 살 김도현 씨와 그의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는 서류 봉투를 꼭 쥐고 있었습니다.
"상담 부탁드립니다. 이 아이가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도현이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손목에는 하얀 붕대가 감겨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봉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대학 불합격 통지서들이었습니다.
"열두 곳에 지원했습니다. 전부 떨어졌습니다."
"성적은 괜찮았습니다. 수능도 잘 봤습니다. 하지만 면접에서 다 떨어졌습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이 아이가 중학교 삼 학년 때 학교폭력 가해자였기 때문입니다."
"생활기록부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학교폭력 조치 내역. 전학 조치."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때 나이가 열다섯이었습니다. 이제 스물한 살입니다. 육 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그 기록이 이 아이의 미래를 완전히 막아버렸습니다."
나는 도현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도현 씨 그날 무슨 일이 있었나요."
도현이는 한참 동안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저는 친구를 때렸습니다."
"왜요."
"화가 났습니다. 그 친구가 제 뒤에서 저를 욕했어요. 제 여자친구한테 제 험담을 했습니다."
도현이는 손목의 붕대를 만지작거렸습니다.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따졌습니다. 그 친구가 비웃었어요.
그래서 밀쳤고 넘어졌고 제가 위에 올라타서 때렸습니다."
"몇 대 때렸는지 기억 안 납니다. 친구들이 떼어놨습니다."
도현이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그 친구는 코피가 났고 입술이 찢어졌습니다.
병원에 갔고 전치 이 주 진단을 받았습니다."
"학교폭력으로 신고되었습니다."
어머니가 말을 이었습니다.
"학폭위원회가 열렸습니다. 도현이는 전학 조치를 받았습니다."
"특별교육도 받았습니다. 폭력 예방 교육 이십 시간. 봉사 명령 사십 시간."
"저희는 피해자 가족을 찾아갔습니다. 무릎 꿇고 사과했습니다. 합의금 천만 원을 드렸습니다."
어머니는 손수건을 꺼냈습니다.
"도현이는 반성했습니다. 매일 울었습니다. 제가 정말 나쁜 짓을 했다고 했습니다."
"전학 간 학교에서 모범적으로 지냈습니다. 친구들과 싸우지 않았습니다. 공부도 열심히 했습니다."
"고등학교도 무사히 졸업했습니다. 수능도 잘 봤습니다."
어머니는 대학 불합격 통지서들을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대학은 어디도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도현이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면접 때마다 같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조치 내역이 있는데 설명해 보라고 했습니다."
도현이는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의 눈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저는 사과했습니다. 제가 잘못했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완전히 변했다고 했습니다."
"교수님들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눈빛은 차갑 했습니다."
"한 교수님이 물었습니다. 당신을 받아주면 다른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냐고요."
"저는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요. 제가 폭력을 안 쓸 거라는 보장을 어떻게 하나요."
도현이는 주먹을 쥐었습니다.
"다른 대학 면접에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대학은 학교폭력 가해자를 받지 않는다고요.
그것이 우리의 원칙이라고요."
"어떤 대학은 면접 기회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서류 전형에서 생기부를 보고 바로 탈락시켰습니다."
도현이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수능 점수는 충분했습니다. 내신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전학 간 고등학교에서 모범적으로 지냈습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