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방식
"이번 현장은... 복잡했어요."
유품정리사 김 대표가 말했다. 스물셋 여성의 이야기 이후 처음으로 표정이 무거웠다.
"복잡하다니요?"
"감정이 복잡했다는 거예요. 동정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김 대표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일흔여덟 남성분이었어요. 주택 지하 방에서 혼자 사셨어요."
주택 지하. 반지하도 아니고 완전 지하. 창문도 작고, 햇빛도 잘 안 들고, 습한 방.
"어떻게 발견됐어요?"
"집주인이 신고했어요. 월세를 5개월째 안 내셨대요."
5개월. 그 긴 시간 동안.
"집주인이 위층에 사셨어요. 처음 한두 달은 전화했대요. 안 받으시더래요.
세 달째부터는 직접 내려가서 문을 두드렸대요.
응답이 없었어요. 네 달째, 다섯 달째도 마찬가지였고. 그러다 냄새가 나기 시작했대요.
그제야 경찰을 불렀죠."
5개월 동안 월세를 못 받으면서도 문을 열어보지 않은 이유를 김 대표가 물었다고 한다.
"집주인이 뭐라고 하셨는지 아세요? '무서웠어요. 안에 뭐가 있을지.
그리고 솔직히... 그분이랑 엮이기 싫었어요.' 그러시더라고요."
왜 엮이기 싫었냐고 물으니, 집주인이 말했다.
"성격이 괴팍하셨어요. 인사해도 안 받으시고, 혼자 중얼중얼 욕하시고.
술 드시면 소리 지르시고. 무서웠어요."
김 대표는 그날 오후 현장에 도착했다. 주택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좁고 가팔랐다.
습기 냄새와 곰팡이 냄새. 그리고 그것보다 더 강한 냄새.
"문을 열었어요. 방 하나였어요. 정말 작았어요. 3평? 4평? 거기에 이불, 작은 옷장, TV 하나. 그게 다였어요."
바닥에서 발견됐다. 이불 위도 아니고, 그냥 바닥. 쓰러진 채로.
"주변에 소주병이 몇 개 있었어요. 빈 병. 컵라면 용기도 있었고. 담배꽁초도 바닥에 그냥 버려져 있었어요."
방 안은 어질러져 있었다. 정리되지 않은, 아니 정리할 의지가 없었던 공간. 옷가지가 바닥에 널려있고,
쓰레기가 쌓여있고.
"냉장고를 열었어요. 거의 비어있었어요. 소주 몇 병, 김치통 하나. 김치도 다 말라있었어요. 오래됐죠."
싱크대에는 설거지가 쌓여있었다. 라면 냄비, 그릇 몇 개. 다 굳어있었다.
"이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 보이더라고요. 라면 끓여 먹고, 소주 마시고, 담배 피우고.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신 거죠."
옷장을 열었다. 낡은 옷들. 작업복, 때 묻은 점퍼, 찢어진 바지. 한쪽 구석에 양복 한 벌이 있었다.
아주 오래된, 80년대쯤 되어 보이는 양복. 한 번도 안 입은 듯 비닐에 싸여있었다.
"서랍을 뒤졌어요. 신분증, 통장, 서류 같은 거 찾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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