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채우는 작은생각 #3>
가까이 있을수록, 오래 함께할수록
우리는 그 존재를 점점 덜 의식하게 된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편안해진다는 뜻이지만,
그 편안함 속에서 중요한 것들은 종종 당연함으로 밀려난다.
매달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은 늘 같은 방식으로 반복되었고,
그 흐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많지 않았다.
그저 매달 들어오는 돈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었을 뿐이다.
집안일을 주로 담당하던 아내는 경험 삼아 몇 달간 단기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 기간이 끝난 뒤, 아내는 내 손을 잡으며 말을 했다.
특별한 생각 없이 우리 가족을 위해 쓰던 돈이,
남편이 힘들고 고단한 시간을 견뎌내며 벌어온 결과였다는 걸
조금 더 실감하게 되었다고.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아내가 대부분 챙기던 집안일을
나는 그저 ‘원래 그렇게 돌아가는 일상’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아내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그 일상은 더 이상 저절로 굴러가지 않았다.
하루를 유지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 밤에 잠들기까지,
해야 할 일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맞춰둔 알람이 서른 개가 넘었다.
늘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그 과정을 굳이 상상하지 않아도 됐던 일이다.
그러나 그 익숙함이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되었을 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일상은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계속해서 기억하고 조율하며 떠받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보통 잘 돌아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않는다.
문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상태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익숙함은 그렇게 질문을 지운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동안에는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노력과 선택이 잘 보이지 않는다.
늘 같은 시간에, 늘 같은 방식으로 이어진다는 이유로
그 과정은 굳이 들여다볼 필요 없는 일처럼 취급된다.
하지만 일상은 자연스럽게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기억해야 하고,
누군가는 놓치지 않기 위해 신경 써야 하며,
누군가는 반복되는 책임을 감당하고 있어야
비로소 아무 일 없는 하루가 만들어진다.
익숙함은 소중함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다만, 소중함을 의식하지 않아도 괜찮을 만큼 안정된 상태로 가려버릴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감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굳이 떠올릴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그 가치를 놓치게 된다.
당연해진 것들은 사라질 때가 아니라, 조금 흔들릴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그제야 우리는 “원래 이렇게 유지되는 게 아니었구나” 하고 뒤늦게 이해하게 된다.
어쩌면 일상에서의 감사란 무언가를 새롭게 얻어서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었던 것의 구조를 다시 바라보게 되는 순간에 더 가깝다.
늘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됐던 것들,
내가 개입하지 않아도 유지되던 환경과 역할들.
그것들이 얼마나 많은 선택과 반복 위에서
이어지고 있었는지를 알게 되는 순간,
일상은 이전과는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일상은 그냥 일상이 아니었다.
눈에 띄지 않았을 뿐,
누군가는 계속해서 기억하고, 조율하고, 책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