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평가를 거치며 달라진 나를 바라보는 방식

<직장인의 심리노트 #5 | 신입사원 Part 5>

by 여의도겨울바람

연말이 되면 성과에 대한 평가를 하고, 결과가 확정되면 면담을 진행한다.

평가 결과에 대한 면담을 위해 팀장이 팀원들을 한 명씩 따로 부른다.

회의실 문을 닫고 마주 앉는 짧은 시간.

무슨 말이 나올지 몰라서 괜히 숨이 가빠지고 심장은 빨라진다.

격려와 칭찬 등 일반적인 얘기들이 오가고,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나의 평가 등급을 듣게 된다.


그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동시에 떠오른다.

나쁘지 않다는 말도 들었고, 크게 문제 되는 부분은 없다는 이야기도 함께 나왔다.

다만 아직은 더 지켜보겠다는 말이 덧붙었다.

기대라는 단어와 가능성이라는 말이 같은 문장 안에 함께 있었다.

칭찬처럼 들리기도 했고, 조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잘한 것도 아닌 것 같고, 못한 것도 아닌 상태.

그래서 그 평가가 위로가 되지도, 실망이 되지도 않은 채 묘하게 남는다.


회의실을 나와 복도로 걸어 나오면서 그 자리에서 들은 말들이 머릿속에서 다시 이어진다.

그전까지는 ‘나는 잘하고 있을까’를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질문의 방향이 조금 달라진다.

내가 무엇을 했는지보다,

사람들은 그 일을 어떻게 봤을까.

어디까지를 잘했다고 생각했을까.

무엇이 기준이었을까.

답은 없는데, 질문만 선명해진다.


평가표에 적힌 등급 하나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일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진다.

업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오늘 한 일보다

그 일이 어떻게 보였을지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잘못한 게 있었는지보다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는지를 뒤늦게 되짚어본다.

신입 시절에는 일을 배우는 데 집중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첫 평가를 지나며 일은 결과만으로 남지 않는다는 걸 조금씩 알게 된다.

같은 일을 해도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 어떤 태도로 임했는지가 함께 기억된다는 것.

그날 이후로 나는 여전히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일을 대하는 마음의 기준은 이전과 같지 않다.


인사 시스템에서 보이는 나의 첫 평가 등급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여러 가지 신호가 담겨 있다.

이제는 실수만 하지 않으면 되는 시기는 지났다는 걸 알게 된다.

아직 잘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더 이상 아무것도 기대받지 않는 위치도 아니다.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은 아직 부족한지에 대한 판단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나의 자리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도.


신입의 시간은 불안, 비교, 공백의 시기를 지나

이제는 시선 속에서 나의 자리를 만들어가게 되는 단계로 넘어간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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