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심리노트 #4 | 신입사원 Part 4>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이상한 순간이 찾아온다.
처음처럼 아무것도 몰라서 불안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제는 잘 안다고 말하기에도 부족한 시기.
분명 하루하루 일을 하고는 있는데 문득 이런 질문이 머릿속을 맴돈다.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일은 분명 늘어났고, 처음보다 익숙해진 것도 많아졌다.
메일을 쓰는 속도도 빨라졌고, 회의 흐름도 대충은 읽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에 대한 감각은 더 흐릿해진다.
잘하고 있는 건지, 그냥 실수 없이 버티고 있는 건지,
아니면 아직도 주변에서 봐주고 있는 건지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이 시기의 신입은 미래의 나와 지금의 나를 자꾸 겹쳐 본다.
머릿속에는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준이 있고,
현실의 나는 아직 그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만 남아 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 강점은 뭘까?”
“나는 이 팀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 걸까?”
“나는 여기서 얼마나 더 가야 할까?”
하지만 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아직 경험이 충분히 쌓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때 느껴지는 불안은 타인과의 비교에서만 오는 것도 아니고,
실수 하나 때문도 아니다.
자기 자신을 설명할 언어가 아직 없다는 데서 오는 불안에 가깝다.
학교에서는 성적이 있었고, 시험이라는 기준이 있었고,
잘하고 못하고를 비교적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노력과 결과가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잘해도 눈에 띄지 않을 때가 있고, 별일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이
사실은 꽤 중요한 역할일 수도 있다.
그래서 신입은 스스로를 평가할 기준을 잃은 채 공백 상태에 놓인다.
이 공백은 실패가 아니다. 그리고 결핍도 아니다.
자기 인식이 만들어지기 전의 준비 구간에 가깝다.
이 시기를 지나며 사람마다 그 공백은 다르게 채워진다.
어떤 이는 반복된 시행착오를 통해 ‘이건 내가 잘하는 일’이라는 감각을 얻고,
어떤 이는 실수를 통해 ‘이건 나에게 맞지 않는 방식’을 알아간다.
누군가는 천천히 쌓인 신뢰 속에서 자리를 찾고,
누군가는 여러 번의 흔들림 끝에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이 시기에는 확신이 잘 생기지 않는다.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 어디까지 왔는지 스스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확신은 처음부터 주어지기보다는,
시간과 경험이 쌓인 뒤에야 뒤늦게 감각처럼 남는다.
지금은 아직 나를 설명할 문장이 없는 상태다.
이 공백은 언젠가 채워질 ‘빈칸’이지,
채워야만 서둘러야 할 ‘결함’은 아니다.
이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멈춰 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