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책이 탄생되었던 순간
여울아, 나는 언젠가 네가 책을 냈으면 좋겠어
중학교 2학년 때, 가장 친한 친구가 내게 이런 말을 했었다. 삐뚤빼뚤한 내 그림을 보며 그녀는 유독 신기하다며 좋아해주고, 응원해주곤 했다. 그녀는 나에게 노란색 수첩을 선물해주었었는데, 그 수첩에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거나 그림을 하나씩 채워 나기 시작했다. 그것이 내 꿈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림을 잘 그리지는 못했지만, 내가 그려낸 세계에 인물들이 조용히 나에게 말을 걸어와 나를 행복하게 했다. 나는 온전히 나를 위한 그림을 그렸다. 나를 위로해주고, 나에게 말을 걸어주고, 나를 대신하여 다양한 감정을 표출해주는 캐릭터들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어느덧 세월이 흐른 지금은, 내 그림을 누군가에게 보여주었을 때 그의 솔직한 감상을 듣는 재미로 그림을 그린다.
언젠가, 먼 미래에 작가가 된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여러번 하곤 했다.
혼자만의 동굴 같은 장소가 늘 필요했다. 답답한 일, 속상한 일, 외로운 일, 기쁜 일, 무언가를 반성하거나 후회하는 일 등을 아무도 없는 동굴에 들어가 조용히 외쳐보는 것이다. 그 동굴에서만큼은 아주 작은 소리로 외쳐도, 잔잔한 메아리와 함께 다시 나에게 돌아올 것이다. 그렇게 나를 위한 글을 쓰고, 그 글로 인해 나 자신이 먼저 위로받기를 원했다. 그것이 내 글쓰기의 첫 시작이었다.
그 누구도 의식하지 않은 글쓰기였기에, 그것이 어쩌면 더 진심을 담아 쓰였을지도 모르겠다. 한 명씩, 두 명씩, 구독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나의 작은 외침이 누군가에게 좋은 울림으로 남게 되었던 것일까, 그렇게 내 이름으로 쓰인 책이 출간이 되었다.
출간 제안을 받고, 책이 나오기 가지는 2년 정도 걸렸다. 그동안 영화도 찍고, 맛있는 커피를 사 먹기 위해 종종 일도 하고, 나는 나의 길을 가면서 늘 가슴 한 켠에는 책에 대한 작업을 놓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도서관에, 서점에, 내가 쓴 책이 숨 쉬고 있을 것이라는 상상이 잘 되지 않았다. 그렇게 편집자에게 받은 최종본을 확인하고, 나는 첫 유럽여행을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유럽 여행도 처음이었고, 책도 나에게는 처음이었다. 14시간가량 비행기에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얼마나 설레고 행복했던 지 아직도 그때의 그 감정이 잊히지 않는다. 출간될 책의 표지를 보고, 또 보고 여러 번 보았다. 어떻게 내 이름 석자가 까만 문자로 책 표지에 박혀있는 것일까.
책이 출간되고 나서는, 고마운 사람들을 한 명씩 떠올렸다. 유독 학창 시절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한 분 계셨다. 소심하고 걱정이 많았던 나에게 언제나 용기를 주시던 선생님이셨다. 이제는 내가 용기를 내어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나의 소식을 반가워하셨다.
내가 어제 좋은 꿈을 꾸었는데, 그게 네 연락이 오려고 했나 보다
선생님은 나의 연락을 받아서 오늘 너무나 행복하다고 하셨다. 수화기 너머로 선생님으로부터 행복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뭉클했다. 내가 용기를 내기까지는 졸업 이후 10년이 걸렸다. 선생님을 조금 더 일찍 행복하게 해드렸으면 좋았을 걸. 조금 더 일찍 용기를 낼걸.
책을 내지 않아도, 선생님은 참 좋아하셨을 텐데.
그 이후 더 놀라운 일은, 나와 선생님이 통화를 했다는 소식이 여러 동창생들에게 전해졌고, 그중 반장이었던 한 친구의 추진으로 인해 우리는 모두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었다. 모두가 10년 만에 모였다.
나에게 책이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내 오랜 꿈의 실현보다는
소중한 사람들을 잊고 지내지 말라는,
나에게 보내온 또 다른 외침이 아니었을까.
글 여미
yeoulhan@nate.com
정소영 선생님, 고맙습니다.
" 시시때때로 몰려오는 고난에 울더라도 뒤로 가지는 말자고, 천천히 한걸음씩 나아가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동시에 그대에게 말을 건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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