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의식
나만의 의식 같은 것이 있다. 사소하지만, 실천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의식.
한동안 집 앞에 있는 헬스장에 다닌 적이 있었다. 체력을 기르고 싶은 이유가 가장 크긴 했는데, 사실 러닝머신에 달린 모니터로 예능프로그램을 보는 재미로 다녔다. 땀 들지 않을 만큼의 적당한 속도로, 운동시간은 딱 30분 하고 내려왔다. 친구들은 이런 내게 그런 식으로 하러면 차라리 비용을 아끼는 차원에서라도 동네 한 바퀴를 뛰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인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TV를 보면서 운동을 한다는 것에 대한 매력을 즐기고 있었던 터라 꽤 꾸준히 다녔다. 누군가에게는 운동이 아니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나에게는 그마저도 굉장한 의지가 필요로 했고 그때의 내 상태로서는 걸맞는다고 생각했다. 더 솔직한 마음은, 그것을 함으로써 기대하는 신체적 발달이나 육체적 건강보다는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을 지우고 싶었다. 규칙적으로 어딘가에 가서,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보면서 산책을 하는 기분으로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서 달려보고 싶었다. 단, 매일매일 해야 하니 돈을 내고서라도 나를 강압적으로 끌고 싶었다. (이런 불안과 맞서 싸우던 나를 너희들은 몰랐겠지)
헬스장에서 나오고 나면, 내게 무언가를 선물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편의점에 들려 찾은 것이 바나나 우유인데, ‘운동이라는 것’을 ‘했다’라는 인식을 한 뒤에 맛보는 바나나 우유의 맛은 기가 막혔다. 집까지 걸어가는 데에는 한 3분 정도 걸렸는데 우유를 마시면서 걸어가는 과정이 행복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헬스를 하고 난 뒤에는 매일 같이 바나나 우유를 사 먹었다. ‘나는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나면, 바나나 우유를 먹을 테야’ 이 생각으로 하루를 생각하니 운동을 하러 가는 시간이 벌써부터 뿌듯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현재 나는 헬스장을 다니지는 않지만 하루의 모든 일정이 끝나고 난 뒤에는 바나나 우유를 사 먹으면서 들어간다. 그 달콤함이 입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나는 오늘도 나와 약속한 것들을 이뤄냈구나.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갔구나. 이런 생각들을 한다. 요새는 아침부터 밤까지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바나나 우유를 사는 것을 잊지 않는다. 나만의 의식 같은 것이다. 어린 왕자에서 나오는 여우의 말처럼, 누군가가 3시에 나를 만나러 온다고 미리 말을 해주면 나는 2시부터 행복할 수가 있는 것이다.
당신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의식은 어떤 것이 있나요?
글/그림 여미
yeoulhan@nate.com
여미의 인스타그램 @yeomi_wr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