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암호는
요즘 들어 괜히 눈치를 보게 되는 친구가 있다.
어느 순간부터 이 친구가 나랑 카톡을 할 때면, 읽고 바로 답을 주지 않는다. 그러다 조금 대화가 진행된다 싶으면 끝맺음의 타이밍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또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 이제는 어떤 타이밍에서 사라지는 지도 도통 알 수가 없다. 점점 문장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예 읽고 씹는 경우도 잦아졌다. 이 친구와 알고 지낸지는 4년 정도 되었지만, 요즘 들어 이 친구의 이러한 행동이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회사가 많이 바쁘거나, 혹은 누구와 말을 하고 싶은 상태가 아닌가 보다, 하며 깊게 생각하지 않고 넘기곤 했는데 매번 그러다 보니 무뚝뚝한 것을 넘어서 불친절하기까지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매일 연락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서로 고민이 있거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서슴없이 연락을 주고받던 사이었다. 혹시나 나에게 서운한 감정이 있어서 이렇게 나를 홀대하는 것인가, 싶어서 조용히 있어봤더니 먼저 뭐하냐며 아무렇지 않게 또 연락이 오고, 그러다 오랜만에 만나면 맥주 한잔 하며 평소처럼 이야기도 잘 나누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다시 헤어지면 또 불친절한 자동응답기가 되어 내 모든 연락에 답을 건성으로 하거나 이야기가 마무리도 짓기 전에 사라져 버린다.
이전에는 자신의 고민을 충실히, 그리고 덤덤하게 이야기했었는데, 지금은 서론이 시작하기도 전에 홀연히 사라져 버리니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괜히 지난 행적을 돌아보게 된다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도 내 안의 많은 자아가 별 것도 아닌 일로 여러 번 삐지고, 분노하고, 짜증을 내고, 심술이 날 때가 많더라. 우리는 타인과 만날 때 얼마나 많은 암호들을 서로 남기게 될까. 절대로 남은 알 수 없는 나만의 저항과 반항이 섞여 있는 암호의 신호. 그 신호를 용케 알아듣고 해결하는 자와, 애매하게 알아듣고 애매하게 눈치를 보는 자. 그렇다고 나도 나 자신을 잘 아는 것도 아닐 테지만.
언젠가는 물어보고 싶은데 뭐라고 말해야 될지 모르겠다.
어떻게 말하든 뭔가 설명하기 힘들다. 그저 나만의 심심한 희망사항. 그냥 나는 그녀의 기본적인 친절함이 그리운 것일 뿐. 문자 한번 성의없게 한다고 세상이 무너지진 않는다.
그래서 손글씨로 편지를 쓸 때만큼은, 수신자가 누구든 친절해지나 보다.
빈 공간에 내 이야기로 가득 채우게 되고,
그러다 보니 암호가 자연스럽게 깨지면서 진실한 문장들만이 가득 채워지게 되니까.
글/그림 여미
yeoulhan@nate.com
여미의 인스타그램 @yeomi_wr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