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떴어, 엄마

잘 지내고 있어요?

by 여미

엄마와 떨어져 산 지, 벌써 1년이 훌쩍 지나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집에서는 긴 균열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 원인을 이제는 누구 한 사람의 탓이라고는 돌리기에는 이미 많은 시간이 흘러서 어느 정도 무뎌진 상태이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해결할 수 없는 아픔이 있다. 그 아픔을 엄마는 오랫동안 의무적으로 홀로 책임지고 있었다. 엄마는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집안일과 음식을 하는 일들을 당연하게 해왔고, 나도 어느 순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은 엄마의 일, 엄마가 해야 하는 일, 엄마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

그런데 엄마는 단 한 번도 그런 것들에 대한 불만을 내비친 적이 없었다. 누군가가 먹은 그릇을 설거지하고, 누군가가 벗어 놓은 옷들을 정리하고, 누군가가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얼마나 고생스러운 일인지 왜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을까.


엄마도 엄연히 노동자였다. 식구 중에서 제일 먼저 기상을 하고 제일 늦게 집에 들어오셨다. 그녀의 고된 하루는 집에 돌아오는 순간에도 끝나지 않았다. 쌓여있는 집안일을 묵묵히 다 하면서도 매일같이 두 시간씩 운동을 나가셨다. 그렇게 몇 년을, 엄마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지내왔을까.


엄마는, 이제 나가려고 해



큰 사건으로 집안이 뒤집어지던 날, 엄마와 내가 공원에서 대책회의를 하기 위해 단 둘이 만난 적이 있었다. 몇 달 전부터, 아니 몇 년 전부터 엄마는 집을 나갈 계획을 늘 세웠다고 했다. 한 사람의 희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숨을 조여 오는 것들이 우리의 생활을 방해하고 있었다. 그나마 나와 유대관계가 깊었던 엄마는 내게 먼저 그 사실을 털어놓았다.


나는?



엄마의 말을 듣자마자 마음이 조급해진 나는, 내게도 동앗줄을 내려달라 간청하고 있었다. 나도 이 지긋지긋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가족이라고 꼭 한 집에서 살아야 하나, 맞지 않으면 따로 살 수도 있는 거지! 엄마의 말을 맞장구를 치며 밧줄이 내려오기만을 기다렸다. 엄마는 내 손을 잡으며 조금 기다려보라고 했다. 그렇게 벌써 1년이 훌쩍 지나가고 있었다. 엄마가 집을 나간 뒤, 모든 것은 잠잠해졌고 무뎌졌고 그리고 또 그렇게 어영부영 살아지고 있었다.


엄마와 가끔 연락을 주고받으며 만나서 밥을 먹는다. 엄마에게 소식을 전달하는 것은 나의 역할이다. 아빠는 스스로 콩나물 국을 끓이기 시작했고 언니는 여전히 집안일을 하지는 않지만 조용히 일만 다니고 있다. 그리고 나는 요리를 즐기기 시작했다. 가끔씩 집안이 시끄러워지는 일들이 생기곤 하지만, 엄마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것들이 줄었다는 생각에 한편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내 동앗줄은 언제?


거봐, 엄마 없어도 잘 돌아가지?


정말 엄마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 것일까.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나도 깨달은 것이 많고 미안한 것들이 많아 종종 엄마에게 고맙다는 문자를 보낸다. 말 안 듣고 못난 딸을 키우느라 고생하셨다고, 나는 엄마처럼 그런 희생과 사랑을 행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그런데 아빠가 사오는 과일은 뭔가 항상 맛이 없다고.

엄마 과일은 좀 골라서 보내주면 안돼?


사랑한다는 말은 아직도 어색하지만 올해는 꼭 하고 싶었다.

첫 해가 떴으니까, 새해니까, 2020년이니까.


전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그런 유일한 날이니까.


오늘도 잘 지내고 있어요?

해가 떴어요, 엄마.



글/그림 여미

yeoulhan@nate.com

여미의 인스타그램 @yeomi_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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