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이별

너를 보는 순간

by 여미

_그때 왜 연락 안 했어?

10년 전, 우리 만나기로 했던 날.


_벌써 10년이나 지났구나.

슬프지만 확실한 예감이 드는 거야.

그때 네 전화를 끊고 나니까

우린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았어.

이별은 한 번이면 되잖아.

두 번 겪고 싶지 않아.


_누가 너랑 다시 만난대?

그냥 오랜만에 얼굴 보기로 한 거였잖아.

난 우리 만날 생각에

네 생일 축하까지 해줬는데.

네가 먼저 만나자고 연락했으면서

갑자기 왜 마음을 바꿨던 건데?

이제 와서 따지는 건 아니지만.


_넌 괜찮을지 몰라도

난 너 보면 힘들 것 같단 말이야

어떻게 친구로 다시 지내?

그리고 넌 사실 만나는 것도 별로 내키지도 않았으면서.

나만 연락 안 한 것도 아니고

결국 너도 다시 안 했고.

난 차라리 서로 소식도 모르고, 각자 인생을 살기를 바랐는데,

세상 좁다. 이런 데서 널 보고.

결국엔 이렇게 만나게 되는구나.


_그래, 얘기해봤자 전부 다 지나간 일이니까.

그래서 요새 어떻게 지내?

네 소식은 듣긴 했지만.

_뭐, 똑같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실 난 크게 변한 건 없는 것 같아.

그래도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게 행복해.

너는 잘 지내?


_아직도 난 바쁘게 살아.

하루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어.

난 왜 이렇게 맨날 바쁜 건지.

예전에도 공부만 하다가 하루가 끝났는데

취업을 해도 별반 다를 게 없네.

만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야?


_응, 잘해줘 나한테.

성실하고, 차분하고.

착해, 좋은 사람이야.

아마 결혼도 하게 될 것 같아.

........

옛날에 기억나?

네가 나한테 별도 따다 준다고 했는데.

내가 그림도 그려줬잖아. 네가 별 들고 있는 거.


_아, 그거. 기억나지.

옛날엔 그림 진짜 못 그렸는데 점점 실력이 늘더라고?

그거 다 내덕분인 거 알지?


_뭐만 잘되면 다 네 덕 이래.

넌 내 책이나 사 읽어.

넌 꼭 사서 봐야 해.


_그러고 보니 넌 책도 나한테 안 보내더라?

내가 얼마나 너한테 많은 소스를 제공해줬는데.


_내가 말했잖아.

그땐 널 만날 용기가 안 났어.

지금도 오늘 너랑 헤어지고

집에 들어가면 또 마음이 심란할까 봐 불안해.

넌 만나는 사람 없어?


_별로 요새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

때가 되면 나도 만나겠지.

바쁘기도 하고...

사실 집에 이런 저런 문제도 있고,

자연스럽게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더라.

네가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보기 좋다.

궁금했는데, 많이.


_궁금하기만 하고 끝이지?

역시 네 마음은 항상 그 정도까지 였어.

나한테 오고 싶었으면 진작에 달려왔을 거야.

우린 그때 다시 안 만난 게 다행이었다니까.

나한테 고마워해야 해.


_우린 왜 이렇게 된 걸까?


_뭘 왜 그렇게 돼?

잘된 거야.

너도 좋은 직장에 잘 들어갔고,

나도 하고 싶은 일 계속하고 있고.

우린 젊을 때 제일 행복한 시간을 보냈잖아.

순수했을 때 서로 많이 사랑했고 좋아했고.

그래서 이렇게 각자 좋은 위치에 있는 거고.


_그래.


_그래....

나 이제 약속 있어서 가봐야 해.

너 더 살 거 있는 거 아니야?

나 때문에 물건도 못 산 것 같은데.


_아니야, 다 샀어.

......

그럼 우리 이제 못 보는 거야?


_그럼?

우린 친구가 될 수 없어.

넌 어떨지 몰라도

난 널 내 인생에서 완전히 지울 수 없어.

결국 과거에서 못 벗어나니까.

더 만나면 안 되는 거야.

...


_......

수진아!


_응?


_다음 작품 또 기대할게.

또 책으로 내줘.

넌 뭘 해도 잘 해내니까.

그리고,

그때 나 너 만날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야

네 말대로

나도 뭔가 두려웠나봐. .

너랑 두번째 이별을 맞이할까 봐

미루고, 또 미루고, 그랬던 것 같아...


_그래, 우린 둘다 좋은 추억을 갖고있다는 거.

그걸로 된거야.

.....

근데, 나 궁금한 게 있어.

내가 남자 친구 있다고도 말 안 했는데

만나는 사람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


_글쎄,

그냥 너를 보는 순간 느꼈어.

아, 내가 결국 놓쳤구나.

다른 사람한테로 가버렸구나, 라는 것을.



두번째 이별


글/그림 여미

yeoulhan@nate.com

여미의 인스타그램 @yeomi_writer


하루 5분 소설

몇년 째 2화로 머물다가 드디어 3화네요.

어떤가요? 괜찮으면 더 써볼게요. 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