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고 싶어
다시 직장인이 된 지 두 달째.
매일이 공휴일 같은 삶을 살다가 이제는 주말만을 기다리는 삶을 살고 있다.
월요일만 되면 금요일을 기다리게 되고, 그렇게 주말이 되면 또 특별히 할 게 없어서 무료하게 흘려보낸다.
“글을 써야지, 작은 영화라도 찍어야지, 웹툰을 그려봐야지” 이런 생각들은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니고는 있지만, 그 무엇 하나 열심히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스스로 지독하게 게을러져가고 있다는 뜻이다. 독서도 점점 줄고 있다. 좋은 책을 찾아다니려는 의지가 없으니, 책을 구입하는 시간을 만들지 않고 어디선가 우연히 본 글귀가 마음에 와 닿으면 그때서야 느릿느릿 검색을 해본다. 올해는 계획을 세우지 않고, 욕심을 비우자는 마음 가짐 하나로 1년을 보내려고 했지만, 고생을 하더라도 뿌듯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다. 그렇다면 뭘 해야 할까? 나를 돌보는 방법을 어느 순간 잊어버린 것만 같다.
요즘 내가 왜 이렇게 되었나, 라는 생각에 방금 법정스님의 책을 주문했다. 책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무료해진 내 마음을 잡아줄 수는 있을 것이다. 내가 원하던 삶은 이게 아니였으니까.
뭐해? 나와
토요일 오후, 이번 주말은 동네 커피숍에 가서 글을 쓸 계획으로 샤워까지 마치고 모든 준비를 했지만, 결국 쇼파에 누워버리면서 가속력을 잃고 느릿느릿한 오후를 보내고 있을 때,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내가 한창 영화 제작에 빠져있던 학생 시절, 현장에 와서 피아노도 직접 쳐주고 모든 음악을 작곡해주었던 동갑내기 친구 K. 그녀도 바쁜 회사를 다니고 있고, 남은 시간에 작곡을 한다. 어쩐지 그 친구의 한마디에 나는 바로 “YES”라고 대답해버렸다. 어디서 뭘 한건 지도 정하지는 않았지만, 오늘은 왠지 어디든 그녀와 계속 걸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따릉이를 타고 아무 생각 없이 노원에서 군자까지 달려왔다는 K는 길 위에서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단 샤워도 마치고 외출복도 입고 있었던 터라, 내 입장에서는 바로 출발만 하면 되는 상태였다. 그렇게 퍼즐처럼 우리에게 만날 수 있는 타이밍이 생겼다. 나는 K에게 한강에 가자고 했다. 바깥 상황이 포근한 느낌은 집안에서도 체감할 수 있었기에, 강가에서 바람을 쐬며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대충 약속 장소를 정하고, 전화를 끊었다.
K는 출출하다며 샌드위치를 내 몫까지 포장해왔고, 나는 커피를 샀다. 공원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듬성듬성 앉아서 바람을 쐬고 있었고, 우리는 적당한 자리를 찾아 바닥에 앉았다. 날씨는 좋았지만, 하늘은 흐렸다. 우리는 샌드위치를 먹고 잠실까지 걸어가 보기로 했다. 강가를 따라 샛길로 걸어가다 보니 산책을 나온 사람들을 많이 마주쳤다. 모두 우리와 같은 기분을 느끼겠지. 마음 편한 사람과 바람도 쐬고 간식도 먹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꽤 괜찮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좋은 인연은 언제나 소중하다는 것을.
글 여미
yeoulhan@nate.com
여미의 인스타그램 @yeomi_@writer
주말 잘 보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