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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미 Mar 06. 2022

오늘의 끄적끄적

면접


최근 이직을 준비하면서 면접을 여기저기 다니고 있는 중인데, "이곳은 붙어도 절대 안 간다"라고 생각하는 곳이어도, 나는 이상하게 면접 정도는 한번 가본다. 


펭귄(남자 친구)이 면접 들어가기 전에 긴장이 되냐고 물어봤는데, 사실 긴장은 커녕 회사 건물 들어가기 1분 전에도 괜히 왔다는 생각에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나의 평생 고민은 이러하다. 이익도 손해도 아닌 부분에 맞닥뜨리면, 나 같은 경우 귀찮음을 무릅쓰고도 일단 간다. 궁금한 건 또 알고 싶어 하는 이상한 호기심인가? 32년째 미스터리다. 


그런데 기대 없이 들어갔던 면접관 세 분은 생각보다 굉장히 나에게 호의적이었고, 나의 대답 하나하나에 경청하는 모습이 보여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 적인 질문도 몇 개 받으면서, 스스로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봤고, 내가 정말 꺼려하는 업무와 가장 자신 있어하는 업무도 어느 정도 그 면접을 통해 조금 더 뚜렷하게 알게 되었다. 조건만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지원한 회사에서, 던져진 나라는 존재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수확을 얻게 되다니. 이상하리만큼 규모에 비해 답답하고 노화되었던 고층 건물의 회전문을 통과하면서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이전에는 지금 이 경력에, 적당한 타이밍인 것 같아 막연하게 이직을 하려고 했다면, 면접을 보고 나니 직장 거리도 꽤나 중요함을 알게 되었고, 자신 없는 업무가 하나라도 있으면, 지원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해당 기업에는 이 두 가지가 나에게 맞지 않았다) 또, 나는 새로운 일을 맞이하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다는 것을 질의응답을 하면서 느꼈다. 그래도 면접관 세 분에 대한 표정과 말투에는 지금까지 보았던 수많은 면접들 중에서 가장 매너 있고 인간적인 느낌을 받아서 좋은 기운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 집이랑 조금 더 가깝고, 장비를 다루는 업무만 없었더라면 함께 일하고 싶었는데 조금 아쉽기도 했다. 그래도 이 면접을 통해 앞으로 내가 회사를 고를 때의 기준과 방향성이 뚜렷해졌다는 사실은 꽤나 큰 수확이었다. 


왕복 약 세 시간의 거리였지만, 그날따라 또 날씨도 좋고 햇살도 좋아서 마냥 여행 가는 기분도 들어서 설레기도 하면서 재밌긴 했다. (그래도 굳이 매일 여행 가고 싶지는 않다) 


여름 전에 꼭, 좋은 곳으로 이직할 수 있기를!

(여름엔... 더워서 면접 보러 다니기 힘들다)


글 여미 

yeoulhan@nate.com


월요일 다들 힘냅시당!

인스타툰 시작했어요. 놀러오셔요 :) 

@yeomi_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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