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한 지,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나는 지금 뭘 하는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사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또 아니다. 뭔가를 하고는 있는데, 실질적으로 보이는 것은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왜 나는 항상 뭔가를 하고 있어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지는 늘 미스터리다.
새로운 것을 해보려고 계획 중이긴 한데, 2019년 첫 유럽여행을 떠나기 직전의 심정과 비슷해지고 있다.
그때 내가 어땠냐고? 비행기 예매를 해놓고는 여러 여행 카페들을 들락날락 거리며, 여자 혼자 유럽 여행을 갈 시, 벌어진 최악의 상황들만 모아놓은 글들만 찾아서 읽었다.
나는 늘 뭔가를 시작할 때, 혹은 이미 행하고 있는 과정에서도 최악을 상상한다. 도둑을 만나고, 가방을 도난당하고, 돈을 다 잃고 거지가 되어 왕찌질하게 길바닥에서 울고 있는 내 모습을 이미 상상했다. 상상이 상상을 더해가면서 모든 게 두려웠다. 당일에 여행 취소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미 엎어진 물이라(예약을 전부 해놨기 때문에) 후회의 마음을 가득 안고 별로 좋지 않은 기분으로 공항에 갔고, 결과는 이렇더랬다.
안 갔으면 열라 후회할 뻔했다.
나의 이 불안심리와,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이 이상한 성격 좀 누가 고쳐줬으면 좋겠다. 막상 여행을 가니 정말 좋은 사람들만 만났고,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안고 안전하게 돌아왔다. 물론 나의 부주의로 위험한 순간들도 여럿 있었지만, 스스로 잘 해결했다. 아침에 혼자 브런치도 먹으러 카페 투어도 했고, 아름다운 풍경을 가득 담은 너무너무 예쁜 숙소에서 잠도 잤고, 외국인들이랑 자전거도 같이 탔다. (말도 안 통하는데 그땐 무슨 깡 같은 게 생겼었나 보다)
그래서 내가 무언가를 시작할 때, 혹은 시작하려고 할 때, 두려움이 생길 때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 모든 선택에는 장애물이 있고, 부정적인 결과 또한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어차피 막상 해보면 '별 것 아니다'라는 것이다. 고민 장인으로서 진짜 그러하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다.
모든 건 일단 가봐야, 그리고 해봐야 증명할 수 있다.
모두가 안된다고 했을 때,
그리고 '너는 안 될 거야'라고 누군가가 확신하듯 말했을 때
결코 그게 정답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했었던 과거의 나를 다시 한번 끄집어내면서.
오늘도 한껏 채워진 두려움을 지우개로 쓱싹쓱싹 지워본다.
인생은
못 먹어도 일단 고!
글/사진 여미
yeoulhan@gmail.com
쓱.. 싹.. 쓱.. 싹....